"인류 생존 위한 전투"…세계 지도자들 기후위기 긴급대응 호소

입력 2022-11-08 11:56  

"인류 생존 위한 전투"…세계 지도자들 기후위기 긴급대응 호소
우크라전·인플레 위협에 기후대응 어려움 가중…각국 정상 잇단 경고
'손실과 피해' 사상 첫 공식 의제 포함…책임과 보상 논의엔 진통 예상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올해 들어 전 세계 곳곳이 유례없는 대홍수, 폭염, 산불, 가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각국 주요 인사들에게서 회의 초반부터 절박한 호소가 쏟아졌다고 로이터,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이집트의 휴양 도시 샤름 엘 셰이크에서는 개막 이튿날인 7일(현지시간) 유엔 사무총장에서부터 18세 우간다 기후활동가에 이르기까지 기후 위기 대처는 '인류 생존을 위한 전투'라는 인식을 드러내며 강력한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우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지구는 기후변화가 초래한 회복 불가능한 혼란의 정점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옥행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특히 선진국들이 후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협정을 하루빨리 체결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이 이 협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리는 이제 연대하든지 아니면 집단 파멸의 길로 가든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며 국제사회가 2015년 파리협정에서 채택한 지구 온난화 억제를 위한 지구 온도 상승 목표 '1.5도'를 지키기 위해 화석 연료 퇴출 등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NYT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파리협정 당시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이상이 될 경우 '기후 재앙'의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녹색 에너지 전환 등의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같은 계획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높은 수준이며,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2100년까지 지구 온도는 목표치인 1.5도를 훌쩍 넘어 2.1도에서 2.9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국제 사회의 기후변화 대처 노력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온실가스 배출 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외교 관계 악화,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인플레이션, 빠듯한 에너지 공급 등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제는 환경운동가로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전 세계 지도자들이 환경 문제에 있어서 '신뢰성의 문제'를 갖고 있다면서 특히 아프리카의 가스 자원을 탐내는 행동을 '자원 식민주의'라고 비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위기에 처해 있지만 이런 위기를 구실로 기후 변화에 대한 각국의 약속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초 이번 회의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가 입장을 선회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으킨 전쟁은 탄소 배출 감축을 더디게 해야 할 이유가 아니라, 앞당겨야 하는 이유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서 기후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섬 나라들과 개발도상국, 산유국 관계자들은 선진국 정상들과는 사뭇 다른 기류를 드러냈다.
기후변화가 촉발한 해수면상승으로 고전 중인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는 기후 위기를 겪는 도서국에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더 많은 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출액을 수십억에서 수조 달러로 늘리기를 원한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고 호소했다.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온실가스 배출 규모는 전세계 4%에 불과하다"며 "녹색 전환에 찬성하지만 이는 우리의 개발을 저해한다"고 선진국들이 논의를 이끌어 가는 기후위기 해법에 불만을 표출했다.
내년 기후변화 회의 주최국이자 주요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 역시 "우리는 석유와 가스를 필요로하는 나라가 있는 한 계속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해 기후 파국을 막기 위한 해법 중 하나로 거론되는 화석연료 사용 중단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우간다 출신의 18세 환경운동가 레아 나무게르는 회의장에 모인 다수의 중장년층 대표를 상대로 "이 자리에 모인 정치인들이 '비상 상황'에 처한 것처럼 발언해달라는 게 우리 세대의 요청"이라고 말했다. 기후 위기 문제는 단순한 기성세대의 정치적 구호가 아닌 젊은 세대의 생존이 달린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 사상 처음으로 이번 COP27에서는 '손실과 피해'가 공식 의제로 상정해 선진국이 기후변화 위기로 피해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보상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올여름 국토의 3분의 1이 잠기는 대홍수를 겪은 파키스탄이 특히 COP27에서 100여 개 개발도상국을 대표해 선진국에 대한 보상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공식 의제로 삼는 조건으로 '책임 또는 보상'이 아니라 '협력과 촉진'에 방점을 찍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고 NYT는 내다봤다.
또한,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특히 미국과 중국의 솔선수범과 협력을 요구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이번 회의에 불참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간 선거가 마무리되고 오는 11일 각국 정상 대부분이 회의장을 떠난 후에야 이집트를 찾을 예정이라고 NYT는 전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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