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고물가와 이를 잡기 위한 호주중앙은행(RBA)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호주의 소비자 신뢰도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때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호주 공영 ABC방송에 따르면 호주 4대 은행 중 하나인 웨스트팩 뱅크가 멜버른 연구소와 함께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18세 이상 1천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1월 소비자 신뢰도는 78에 그쳤다.
이는 직전월보다 6.9% 감소한 수치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의 79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소비자 신뢰도가 가장 많이 추락한 부문은 부동산으로 최근의 집값 하락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비관적인 경제 전망으로 4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선물·외식·여행 비용 등을 대폭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웨스트팩 은행 빌 에반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응답자들의 소비자 신뢰도는 RBA가 7개월째 금리를 인상한 지난 1일을 기점으로 크게 꺾였다"며 "그전에는 83.1로 안정적인 범위에 있다가 인상 결정이 나오자 75.6으로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응답자 60% 이상이 내년에도 RBA가 금리를 1%포인트(p) 이상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현재는 물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소비자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번스는 그러면서 최근의 상황이 "1990년대 초에 발생한 심각한 경제침체를 떠올릴 정도"라고 우려했다.
앞서 RBA는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5월부터 넉달 연속 '빅스텝' 포함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1%에서 2.85%까지 끌어올렸다.
관측통들은 연말부터 금리인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가계 소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성탄절 등 특수가 실종되고 경제침체가 본격화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dc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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