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세계적 기준금리 인상 흐름에 맞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초저금리 기조를 고수하고 있지만, 최근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출구 전략을 검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7∼28일 열린 BOJ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참가자들은 초저금리 정책의 부작용과 향후 출구전략의 영향을 검토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회의에서는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10년물 국채 금리 상단을 0.25% 정도로 유지하기 위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강력한 금융완화 기조 유지를 결정한 바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2% 물가 상승이라는 목표 실현을 향해 필요한 시점까지 금융완화를 지속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회의 의사록 요약본에 따르면 참석 위원 9명 가운데 다수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의 생활비 압박을 임금 인상분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현재의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비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신호가 커지는 데 주목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 위원은 "인플레이션의 지나치게 과도한 상승(오버슈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또 "향후 (초저금리에서 벗어나는) 출구전략이 어떻게 시장에 영향을 미칠지, 또 시장참여자들이 그에 대해 잘 대비돼 있을지 검토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른 위원은 지금 당장 통화정책을 수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BOJ가 통화완화 정책의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초저금리 정책 고수를 강조하는 구로다 총재와 초저금리 출구전략 논의에 개방적인 다른 위원들 간의 견해차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도 일본은행은 경기 회복을 뒷받침한다며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9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최근 8년 새 최고인 3.0%의 상승률을 나타냈으며,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 26% 넘게 급락하면서 수입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BOJ의 초저금리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여론도 악화하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구로다 총재가 퇴임하는 내년 4월 이후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한편 이날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9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일간 통계에 따르면 이 기간 시장 개입은 9월 22일 한차례 있었다. 이날 일본 당국은 약 24년 만의 달러 매도를 통해 2조8천400엔(약 26조8천억원)을 엔/달러 환율 방어에 쓴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당국은 이후 시장 개입 사실을 밝히지 않는 '복면개입' 방침을 유지 중인데, 이미 발표된 10월 월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외환시장 개입에 쓴 돈은 6조3천억엔(약 59조4천억원)이다. 10월 일간 통계는 내년 2월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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