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단 한번 목도한 개기월식-천왕성 엄폐 동시발생

입력 2022-11-08 21:50   수정 2022-11-08 22:40

일생 단 한번 목도한 개기월식-천왕성 엄폐 동시발생
국립과천과학관·밀양아리랑천문대 등 전국 각지서 관측행사와 강연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진 붉은 달이 다시 천왕성을 가리다.
8일 밤 우리나라 하늘에서 관측된, 신기하고 희귀한 천문 현상이다.
국립과천과학관과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날 우리나라에선 오후 7시 16분부터 8시 41분까지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개기월식(개기식)을 볼 수 있었다.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개기식은 지난해 5월 26일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개기식에 앞서 달이 지구 본 그림자에 부분적으로 가려지기 시작하는 부분식은 오후 6시 8분께 시작됐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장 깊이 들어가는 '최대식'은 7시 59분께 관측됐다. 이때 달의 고도는 약 29도로 동쪽에 시야가 트여 있는 곳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위치였다. 달은 오후 8시 41분께 지구 그림자를 빠져나왔으며, 이때부터 부분식이 다시 시작돼 오후 9시 49분께 끝났다.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동안 달이 천왕성을 다시 가리는 엄폐(occultation) 현상이 동시에 일어났다.
엄폐란 천문학에서 멀리 있는 천체가 가까이 있는 천체에 의해 가려지는 것을 말한다. 이날 천왕성 엄폐는 오후 8시 23분부터 시작돼 9시 26분까지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국내에서는 국립과천과학관, 충북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제주별빛누리공원, 경남 밀양아리랑 우주천문대, 김해천문대, 창원과학체험관 등 전국 곳곳에서 관측행사와 강연이 진행됐다. 국립과천과학관에는 약 5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돌아가며 차례로 망원경으로 개기식을 관찰했다.
이날 개기식은 한반도 전 지역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시민들은 소셜미디어에 관측한 개기월식 장면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유튜브를 통해 과학관과 방송사가 중계하는 개기월식을 실시간으로 보며 시민들이 건강 회복과 시험 합격 등 소원을 댓글로 남겼다.



월식과 행성 엄폐가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은 백 년에 한두 번 정도 일어난다. 지난 200년 사이 지구상에서 관측된 월식과 행성 엄폐의 동시 발생은 단 네 차례에 불과했다.
가장 최근 월식과 천왕성 엄폐가 동시에 발생한 날은 2014년 10월 8일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다. 76년 후인 2098년 10월 10일에 또 한 번 월식과 천왕성 엄폐가 동시에 발생하지만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관측되지 않는다.
국립과천과학관 박대영 천문우주팀장은 유튜브 중계에서 "월식과 천왕성 엄폐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는 (지난) 1600년부터 (오는) 2300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단 한 번밖에 없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며 "오늘 날씨가 맑다.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았다면 평생 동시에 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zer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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