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보이콧 속 지방선거 치러…시민단체 "투표율 17%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통산 20년간 집권하고 있는 니카라과에서 지난 6일 야권의 선거 보이콧 속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지방자치단체장을 '싹쓸이'했다.
8일(현지시간) 니카라과 유력 매체 라프렌사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은 153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최종 개표 결과를 전날 저녁에 발표했다.
지난 2017년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이 135명의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출해 88%의 당선율을 보였었다.
브렌다 로차 선관위원장은 "시민의 뜻은 투표에서 투명하고 민주적이며 평화로운 방식으로 표현됐다"고 주장했다.
현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쉽게 나올 수 없는 여당 후보자 '100% 당선'의 배경에는 정부의 비판 세력에 대한 탄압에 맞서기 위해 야권이 투표 거부 운동을 벌이며 사실상 선거를 보이콧한 결과라고 현지 언론은 평가했다.
앞서 자유헌정당과 자유연합 등 10여개 야당과 시민단체는 유권자에게 "지방선거일에 투표장에 가는 대신 집에 계시길 바란다"며 "오르테가 독재 정권에 의해 살해된 340여명, 수감돼 고통받는 정치범 200여명, 감옥에 있거나 망명중인 종교인들, 그리고 모든 국민을 위해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 때문에 실제 투표율이 관심을 모았는데, 선관위는 유권자 중 54.9%가 투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측에서는 17.3% 만이 투표에 참여하고 82.7%는 기권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혀 정부 집계와 큰 차이를 보였다.
미주기구(OAS) 주재 니카라과 대사를 지낸 아르투로 멕필즈는 "니카라과의 일당 독재는 시장직을 100% 확보함으로써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며 "1천명 이상의 유령 후보와 220명 이상의 야당 인사 및 정치 관련자는 감옥에 가둬 두고 쿠바식 선거를 치렀다"고 꼬집었다고 라프렌사는 보도했다.
1985년 임기 5년의 대통령직에 오른 오르테가는 뒤이은 대선에서 연거푸 낙선했으나 2007년 재집권한 뒤 지금까지 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또 부인인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과 함께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정치인과 학생에 대해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는 한편 정치범 석방을 위해 중재 노력을 하던 종교 지도자를 구금하는 등 철권을 휘두르고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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