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손태승 회장에 '문책경고' 확정…3년 취업 제한
징계 불복 소송시 연임할 수 있지만 사법 리스크 커져
임기만료 앞둔 금융권 CEO들 긴장…노조는 "낙하산 저지"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9일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으면서 3연임 도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중징계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연임을 할 수 없으며, 불복 소송을 통해 징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방식으로 가까스로 3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사법 리스크를 안고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새 정부가 금융권 CEO에 대한 물갈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라임펀드를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한 우리은행에 대해 업무 일부 정지 3개월, 손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 상당의 제재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4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펀드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 결정을 한 바 있다.
라임 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에 편입돼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해 환매가 중단된 사건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의 환매연기 펀드는 2019년 말 기준 4개 모펀드와 173개 자펀드로 총 1조6천679억원 규모다.
이 중 우리은행의 라임 펀드 판매 규모는 3천577억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은 원금보장을 원하는 80대 초고령자에게 위험상품을 판매하거나, 안전한 상품을 원하는 고객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작성해 초고위험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은 2019년 4월 9일 라임 펀드의 신규 상품 출시를 중단했는데, 출시 중단 한 달여 전부터 펀드의 부실을 인지했는데도 수수료 때문에 예약을 받아놓은 펀드를 4월 30일까지 계속 팔았다는 의혹도 받았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이었던 2018년 11월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을 겸직하며 첫 임기를 시작한 이후, 2020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손 회장이 이번에 받은 문책경고는 3년간 금융권 신규 취업이 제한되는 징계다. 내년 3월까지인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연임은 할 수 없다.
다만 연임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징계에 대한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해 효력을 정지하면 된다.
손 회장은 지난 2020년에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인해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았지만, 연임에 성공했다.
징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징계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법원이 손 회장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징계 효력은 행정소송 선고 이후까지 정지됐다.
손 회장은 현재 DLF 징계 불복 행정소송에서 1·2심 모두 승소한 상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향후 대응방안과 관련해 현재 확정된 사항이 없다"며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이날 손 회장에 대한 징계를 의결하자 금융권에서는 주요 CEO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가 라임사태 관련 징계를 금감원 제재심 이후 1년 6개월가량 끌어오다 본격적인 인사철 직전에 확정한 것을 두고 금융권 CEO 물갈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김지완 BNK금융지주[138930] 회장이 자녀 관련 의혹으로 사퇴하고, BNK금융지주 이사회가 CEO 후보군으로 외부인사를 포함할 수 있게 한 것을 두고도 '낙하산 CEO'가 내려올 길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오는 12월 31일까지고,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손태승 회장의 임기도 내년 3월 끝난다.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말까지,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금융노조는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권력자의 측근이나 현장경험 하나 없는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을 금융권 낙하산으로 보내려 한다면 저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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