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이례적 홍수에 농부 등 400만명 피해…식량 불안정

입력 2022-11-09 19:32  

서아프리카 이례적 홍수에 농부 등 400만명 피해…식량 불안정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서부 및 중부 아프리카에 이례적으로 밀어닥친 폭우와 홍수로 광대한 농토가 침수되고 작물이 유실되면서 식량 불안정이 야기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지역 10여개국에서 홍수로 올 추수를 망쳤고 100만 헥타르(1만㎢)에 가까운 농토가 물에 잠겼다. 아울러 토양 영양분도 물살에 깎여 나가 다음 농사철 작황은 더 안 좋을 것으로 우려된다.
카메룬 북부 지방에서 기장과 목화밭 침수 피해를 본 술루크나 무르가(50)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 우리는 기근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무르가는 아내 2명과 자녀 12명을 거느린 가장이다.
무르가와 같이 침수 피해를 본 주민은 400만명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다수가 영세농이다.
차드의 여성 농부 베르나데트 핸딩(37)은 홍수 때문에 카누를 두 시간 저어서 수도 남쪽 쿠르나리에 있는 자신의 침수된 기장 농장에 닿을 수 있었다. 그는 "농장에서 구한 것으로는 우리 가족이 한 달도 살 수 없다. 올겨울에 굶주려 죽을 것이 확실하다"고 호소했다.
홍수 전에도 서부와 중부 아프리카는 식량 사정이 이미 암울했다고 세계식량계획(WFP)의 시브 올로가 말했다.
지난해는 가뭄이 장기화하고 반건조 사헬 지역에서 분쟁으로 약 800만명이 난민이 됐다. 이들 난민 대부분은 농부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농사에 혼란을 가져왔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이 지역에 비료 공급까지 제한돼 곡물 생산이 저조했다.
아프리카 최대 인구대국인 나이지리아에선 농경지 57만헥타르 이상이 파괴됐다고 사디야 우마르 파루크 인도주의업무·재난관리부 장관이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식량 생산기지인 동북부와 중부 벨트에 있는 주에서 쌀, 옥수수 등 곡물이 유실됐다. 옥수수 재배농 협회 관계자는 홍수로 옥수수 작황 최대 30%가 감소할 수 있다면서 식량난을 경고했다.
수수재배농협회 관계자도 20년 만에 본 최악의 홍수라면서 흙의 영양분이 있는 최상위 표층이 떠내려가 내년 농사가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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