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대형마트 돌아보니 고공행진 물가에 소비자들 한숨 푹푹
창고형 매장·저렴한 대체품 찾아…행사장·특가코너 뒤지기도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신선미 차민지 기자 = "돼지고기 살코기 등심·안심이 한 팩에 4천원 하던 것이 이제는 7천~8천원은 줘야 살 수 있어요. 돼지고기가 이렇게 비싸지니, 그나마 저렴한 닭고기를 찾게 되네요."
9일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나온 주부 문모(63)씨는 육류 코너에서 한참이나 가격을 따져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문씨는 "야채 가격도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며 "무도 재래시장에 가면 1천원이면 샀는데 여기선 3천원은 줘야 한다"고 푸념했다.
부족한 채소를 섭취하려고 양배추 샐러드를 자주 만들어 먹는다는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예전에는 양배추가 한 통에 2천원 정도였다. 지금은 3천~4천원으로 올라 사먹기에 부담이 크다"고 했다.
50대 주부 신모씨는 "보통 장보러 나올 때면 한번 살 때 10만원 정도가 나왔는데 요즘은 13만원은 줘야 하는 것 같다"며 고공행진하는 물가가 피부에 확 와닿는다고 했다.
연이은 고물가에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채소류(21.6%)를 포함한 농산물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7.3% 올랐다.
수입 쇠고기(6.3%), 돼지고기(3.3%) 할 것없이 다 올랐고 수산물 물가도 6.5% 올랐다.
곡물·팜유·원유 등 국제 식품 원재료 가격이 뛰어오르며 가공식품 물가도 9.5% 올랐다.
식품뿐 아니라 주요 생필품 가격 오름세도 만만치 않다.
6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중국인 마모(33)씨는 "생리대 대형 32개 묶음을 예전에는 9천900원에도 샀는데 오늘 보니 1만3천900원으로 올랐다"며 "곽티슈 6개입도 6천원하던 것이 오늘 보니 7천원"이라고 하소연했다.
6%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던 6~7월에 비교해 오름세가 다소 꺾였다지만 여전히 체감 물가는 높은 상황이다.
시내 마트에서 직접 제품을 구매해 보니 라면 5개짜리 1봉지와 즉석밥 4개짜리 한 묶음에 9천900원이 나왔다.
1L짜리 우유 한 팩과 200g짜리 포장김치, 콩나물 1봉지와 두부 1모만 사더라도 1만원이 넘었다.
물가가 너무 오르자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곳을 찾으려는 소비자도 늘었다.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구매하는 대신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창고형 매장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모(37)씨는 "친정엄마가 요즘 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대형마트에서도 장을 못 보게 하신다"며 "주로 코스트코 같은 창고형 마트에서 대용량을 구매해 친정·시댁 등과 소분한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장을 보러온 40대 초반 배모씨는 "재래시장이 더 싸다는 생각이 들어 대파를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뺐다"며 "마늘도 재래시장이 같은 값에 더 많은 양을 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물품이라도 더 싼 대체품이나 행사상품을 찾는 시민도 늘고 있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우유는 마시기도 하지만 요리에도 넣어 쓰는데 가격 때문에 국내산 우유 대신 폴란드산 우유 등 대체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송모(29)씨도 "우유는 2+1이나 1+1 제품을 주로 사게 된다"며 "마트 자체브랜드(PB) 제품이 아무래도 싼 데 비싼 브랜드 제품과 비교해 신선도 차이가 느껴지긴 한다"고 했다.
이날 마트에는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짧게 남은 제품이나 포장이 손상된 제품을 모아 저렴하게 판매하는 특가 코너를 보고 있는 쇼핑객도 많았다.
직장인 김모(35)씨는 "동생과 같이 살다 보니 간단하게 아침으로 계란을 삶아 먹는데 작년보다 몇천원 오른 상황"이라며 "예전에는 유기농·유정란 등 품질 좋은 제품도 샀는데 이제는 무조건 가장 저렴한 제품을 고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목초란이나 무항생제란은 15개에 8천~9천원을 호가하는 반면 30개입 행사상품은 7천원대로 2배 차이가 났다.
cha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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