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붕괴 초래한 '고래'…뱅크먼-프리드와 자오창펑

입력 2022-11-10 13:52  

가상화폐 붕괴 초래한 '고래'…뱅크먼-프리드와 자오창펑
코인 억만장자 2명 갈등이 코인 시장 유동성 위기 키워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유동성 위기와 바이낸스의 FTX 인수 철회 사태가 코인 시장 붕괴를 초래한 가운데 '가상화폐 고래'로 불린 두 거래소의 최고경영자(CEO)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가상화폐 대폭락 사태의 배경에는 코인 시장을 이끌어온 큰손인 자오창펑(45) 바이낸스 CEO와 샘 뱅크먼-프리드(30) FTX 창업자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두 사람은 가상화폐 업계를 대표하는 창업자들로, 여러 면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고 이틀째 이어진 코인 대폭락 사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코인계의 JP모건으로 불린 뱅크먼-프리드 '몰락' 위기
뱅크먼-프리드는 그동안 야심만만한 30살 사업가로 이름을 날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고 2019년 FTX를 창업해 코인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FTX 본사를 바하마에 두고 한때 320억 달러(약 44조 원) 기업가치를 가진 글로벌 5위권 이내 거래소로 키워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대선 캠페인 때는 개인 후원자 중 두 번째로 많은 정치 자금을 기부해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5월 테라·루나 사태로 코인 시장이 무너졌을 당시엔 자금난에 처한 가상화폐 업체에 구제금융을 제공해 업계의 구원투수로도 떠올랐다.
미국 코인업계는 그의 이런 이력 때문에 세계적인 금융회사를 창업한 존 피어폰트 모건에 빗대 코인계의 JP 모건이라는 별칭을 붙였으나 회사의 유동성 위기는 그를 순식간에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세계 1위 코인 제국 건설한 중국계 캐나다인 자오창펑
자오창펑은 중국계 캐나다인이다. 중국에서 태어난 그는 12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했다.
캐나다 맥길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한 그는 증권거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다가 2017년 중국 상하이에서 바이낸스를 창업했다.
바이낸스는 하루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다.
미국과 아시아, 유럽, 중동 등 세계를 무대로 거래를 중개하는 코인 제국이 자오창펑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는 몇 년 전 중국 당국이 암호화폐 단속을 강화하자 주요 사무실을 싱가포르로 옮겼고 서류상 회사 주소는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로 등록했다.
자오창펑은 코인 사업체에 우호적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개인 주소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 때문에 바이낸스가 돈세탁과 탈세를 한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 업체는 미국, 영국, 일본, 홍콩 규제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가상화폐 규제 대응 문제로 사이 틀어져
두 사람은 원래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FTX는 2019년 바이낸스 투자를 유치하면서 가상화폐 파생상품 거래 분야에서 빠르게 선두업체로 부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최근 몇 개월 동안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당국의 규제와 이에 대응하는 로비 문제 등을 놓고 온라인 설전을 벌였다.
뱅크먼-프리드는 미국 의회에서 가상화폐 산업 규제 문제에 대해 증언하는 등 협조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미 당국의 조사에 반발해온 자오창펑은 뱅크먼-프리드의 이런 태도에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계 코인 거래소의 미국계 거래소 공격 해석도
두 사람의 갈등은 코인 폭락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키웠다.
지난 2일 FTX의 재무구조 부실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가 나오자 자오창펑은 7일 FTX가 발행한 토큰 FTT를 처분한다고 공개 선언했다.
이 발표는 FTX 유동성 위기에 기름을 부었고 가상화폐 폭락으로 이어졌다.
이후 FTX는 고객의 자금 인출 요구에 따른 뱅크런 사태에 직면했고, 뱅크먼-프리드는 체면을 구기고 결국 바이낸스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바이낸스는 유동성 위기 해소 명목으로 FTX를 인수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으나 하루 만에 이를 철회했다.
FTX 기업 실사 결과, 예상보다 부채가 많고 자금난이 심각한 것으로 판단되자 발을 빼버린 것이다.
가상화폐 업계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세계 1위 중국계 코인 거래소(바이낸스)가 빠르게 성장하던 미국계 거래소(FTX)를 공격해 싹을 자른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뱅크먼-프리드 재산 20조 원 증발…회사 파산신청 가능성
뱅크먼-프리드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바이낸스가 인수 철회에 앞서 유보하는 태도를 보인 적이 없었다며 일종의 배신감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고 모든 옵션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비공개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긴급 자금을 수혈하지 못할 경우 파산 신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뱅크먼-프리드의 재산은 156억 달러(21조여 원)에서 10억 달러(1조여 원)로 급감했다. 하루 새 20조 원이 증발한 것이다.
자오창펑 재산은 올해 들어 84% 줄었지만, 여전히 149억 달러(20조4천억 원)를 보유해 가상화폐 갑부 중 1위를 고수했다.
jamin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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