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에서 부동산 경기 둔화로 자금난에 빠진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백기사'로 나섰던 지방정부들의 음성적인 부채가 11조6천억 위안(약 2천198조원)에 이르면서 부실화 우려가 제기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 진단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건설 사업 시 '지방정부 자금조달기관'(LGFV)으로 불리는 특수법인을 통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중앙정부 차원의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음성적인 부채로 평가된다.
문제는 LGFV들이 올해 초 건설사들을 제치고 최대 토지 매입 주체로 떠올랐고, 이제는 헝다(恒大·에버그란데) 등 건설사들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뒤 건설이 중단된 부동산을 사들이는 주요 구매자가 됐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광둥성 광저우 시 정부가 지원하는 LGFV는 지난달 헝다가 추진하던 8만석 규모 축구장 부지를 매입하면서 완공 책임을 지게 됐다.
그런데 헝다는 건설에 필요한 120억 위안(약 2조2천771억원) 가운데 20억 위안(약 3천795억원)만 투자한 상태여서 LGFV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지방정부가 건설사들의 부실을 떠안게 되는 만큼, 부동산업계의 위기가 지방정부로 전이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로 인해 LGFV의 신용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번 위기 과정에서 디폴트를 선언한 LGFV는 아직 없지만 향후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LGFV 발행 채권이 중국 역내 회사채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실제 디폴트 발생 시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커질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대출 비용이 내려갔지만, 자금 사정이 최악인 LGFV의 경우 평균적인 신용 스프레드(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가 1월 중순 이후 2배로 올라 10%포인트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크레디트사이츠의 젤리나 쩡은 "정부가 경기 하강 기간 LGFV에 의지할 필요가 있지만, 정책 기류가 바뀌면 LGFV의 디폴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6개월 새 이들의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지는 않았다면서도 "(성장이 회복되면)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 부채 해소에 다시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취와 수창 등 이코노미스트는 은행 대출 등을 포함한 LGFV의 총부채 규모를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가량인 60조 위안(약 1경1천390조원)으로 추산하면서, 디폴트 발생 시 여파가 클 것으로 봤다.
무디스의 이반 청 애널리스트는 중국 주택경기 둔화로 더 많은 건설사가 자금난을 겪을 경우 LGFV가 지원에 나서야 할 압력도 커질 것으로 보면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도시들의 LGFV는 이미 신용 위험이 높아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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