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방역 피로 누적된 민심 의식한듯…점진적 유연화 모색 전망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지난달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거쳐 새롭게 구성된 중국 최고지도부가 10일 내놓은 코로나19 방역 방침은 중국 내 빠른 감염 확산세와 고강도 방역의 경제·사회적 비용 누적 사이의 딜레마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3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결정과 함께, 공식 출범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발 첫 내정 관련 공식 메시지가 '방역'이라는 점은 이 문제를 중국 중앙이 고도로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10일 상무위 회의 결과를 담은 보도문은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動態淸零)'의 전반적 방침을 확고부동하게 관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도시 전면 봉쇄로 이어진 상하이의 감염 확산이 정점을 찍은 후인 지난 5월 5일 열린 상무위 보도문의 '제로 코로나 고수' 메시지에 비해서는 다소 완화된 느낌이 없지 않았다.
당시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의 전반적인 방침을 일체의 동요 없이 견지"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방역 정책을 왜곡, 의심, 부정하는 일체의 언행과 결연히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률적 방역의 경제·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대책과 관련된 내용은 6개월 전 회의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번에 상무위는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 특성에 적응하라면서도 방역 전선의 확장과 시간 연장을 피하고, 중점지역에 역량을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더불어 과학적이고 정밀한 예방 및 통제를 견지해 방역 효율성을 개선할 필요성을 상무위는 강조했다.
특히 형식주의와 관료주의에 반대하고, 상부의 지침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강하게 집행되는 관행과 융통성 없는 천편일률적 방역 지침 적용을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런 내용은 고강도 방역의 철저한 집행에 초점이 맞춰졌던 5월 상무위 회의 결과에는 거의 나오지 않았던 것들이다.
반년 사이에 중국 최고지도부의 코로나 대응 메시지에 이 같은 온도 차가 생긴 것은 제로 코로나 정책의 경제적 영향뿐 아니라 고강도 방역에 대한 14억 중국인의 인내심이 점점 고갈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봉쇄 지역에서 살던 3세 아이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뒤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한 일과 공장과 대학교에서 격리 생활을 하던 인원들의 '탈주', 대학 내 격리 인원들의 생필품 부족 호소 등 '묻지마 방역'의 부작용들이 속출했고, 각 사례에 대해 온라인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속출했다.
지난달 당 대회에서 전임자의 10년 재임 전례를 깨고 집권을 최소 5년 더 연장하고, 자신에 대한 '인민영수' 칭호를 확산시킨 시 주석 입장에서 집권 3기가 출범하자마자 고강도 방역에 대한 민심의 불만이 퍼질 가능성에 대해 고도로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은 '인민 생명 지상주의'로 이견을 제압할 수 있었지만, 확산력은 높되 사망률 및 중증화율은 낮은 코로나19 최신 변이의 특성을 국민들이 알아가고 있는 상황도 정밀 방역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상무위의 메시지에서 특히 눈길이 가는 대목은 백신 및 의약품의 연구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백신 및 의약품의 효과와 적합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이다.
중국의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 핵심은 PCR(유전자증폭) 검사 상례화와 봉쇄 및 이동 차단이었고, 백신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덜 강조됐다. 수도 베이징의 경우 지난 7월 공공시설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선포했다가 반대에 부딪혀 철회한 적도 있었다.
중국은 시노팜과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을 보유하고 있지만, 임상에서 나타난 이들의 예방 효과가 서구 제약사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 백신에 비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 및 의약품 연구·개발을 거론한 것은 기존 중국 백신의 효과를 뛰어넘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자체 개발한 흡입형 코로나19 백신 보급을 추진하며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 하고 있다.
이처럼 백신 및 치료제 개발과 백신을 통한 면역 확산에 역점을 두는 것 자체가 제로 코로나 정책의 출구전략 모색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현재의 봉쇄 중심 고강도 방역을 완화하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많은 관측통은 내년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까지는 중국 중앙 차원에서 획기적인 방역 정책 전환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 주석이 지난달 당 대회를 통해 당 총서기와 당 중앙군사위 주석에 재선출된 데 이어 내년 3월 양회 때 국가주석 3연임까지 확정하고 정부 요직 인사까지 마무리한 뒤에야 방역 정책을 조정할 여유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최고지도부 차원에서 방역의 정밀성을 강조하고 일률적 방역을 시정하기로 한 만큼 백신 보급 상황에 맞춰 지역별로 점진적 방역 유연화의 시도는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