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서부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동부 뉴욕에서도 대규모 사옥과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
13일 구글에 따르면 이 회사는 뉴욕시에서만 8개 빌딩을 직접 소유 또는 임차해 모두 1만5천여 명의 직원을 고용 중이다. 이는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일대를 제외하면 최대 규모다.
서부에서 성장한 대표적인 '빅테크' 구글이 뉴욕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루스 포랫은 지난해 9월 뉴욕시 서쪽 허드슨 강변의 세인트존스 화물 터미널 빌딩을 21억 달러에 매입한다고 발표하면서 "뉴욕의 활력, 창의성, 세계적인 수준의 인재"를 뉴욕 진출 확대의 이유로 언급한 바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개발한 첨단 기술과 제품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글로벌 문화와 유행을 선도하는 대도시 뉴욕의 소비자들과 가까워질 필요성도 제기된다.
구글 뉴욕 전략의 중심부는 맨해튼 서부 첼시에 위치한 대규모 오피스다.
8번 애비뉴와 9번 애비뉴, 15번 스트리트와 16번 스트리트 사이의 한 블록을 통째로 차지하는 '구글 빌딩'은 이 회사의 동부 지역 본사로 통한다.
90년 전 화물 터미널로 지어졌던 이 건물 층수는 15층으로 높은 편이 아니지만, 27만㎡의 대지면적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보다도 넓고 뉴욕시 전체로도 4위에 해당하는 대형 사옥이다.
지난 1일 구글이 인공지능(AI) 이벤트에 앞서 일부 외신 기자들에 공개한 이 오피스는 마치 맨해튼 속 실리콘밸리, 아니면 실리콘밸리 속 맨해튼을 보는 듯했다.
기본적으로 정해진 사무실 책상보다는 곳곳에 펼쳐진 다양한 테마의 휴게 공간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일하는 자유로운 근무 환경은 서부의 여느 테크기업 오피스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사원들이 넓은 오피스를 편하게 누빌 수 있도록 킥보드 여러 대가 복도에 세워져 있고 당구대와 탁구대, 오락기 등을 비치한 대형 게임룸도 갖췄다.
머리를 식히면서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레고룸도 인상적이었다. 직원들이 쉬면서 만든 다양한 레고 작품 중에는 태극기 모형도 찾아볼 수 있었다.
구글은 단순히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근무 환경을 그대로 옮겨놓는 데 그치지 않고, 뉴욕의 문화 환경과도 조화를 이루는 데 신경을 썼다.
4층 옛 로비를 지나 처음으로 마주한 휴게공간은 뉴욕의 지하철역 승강장 벤치와 똑같은 형태의 나무 의자들을 연결하고 그 위에 수십 개 뉴욕시 지하철 노선의 로고를 붙였다.
센트럴파크를 묘사한 대형 그림 옆에 위치한 전철 객차 모양의 실내 공간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목격할 수 있었다.
'파이브 보로 비스트로'(Five Borough Bistro)라는 대형 구내식당은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스태튼아일랜드 등 뉴욕의 5개 자치구(Borough)에서 이름을 따왔다.
현대 미술의 중심지에 위치한 만큼 뉴욕 소재 작가들의 작품도 곳곳에 배치했다. 가운데에 '구글'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잭슨 폴록 화풍의 대형 프로젝트 작품도 눈에 띄었다.
고층부에는 미드타운 도심과 허드슨야드, 허드슨강 등 뉴욕의 대표적인 '시티뷰'를 조망할 수 있는 카페들도 있다. 카페와 복도와 옥상 등에서 다양한 식물을 키워 삭막한 오피스 느낌을 상당 부분 덜어냈다.
구글 빌딩을 안내한 존이라는 이름의 사원은 "빌딩 전체에 여러 종류의 식물 4만2천 개를 배치했다"면서 "뉴욕의 구글 직원 1만5천여 명 중 이 빌딩에서만 9천 명이 일한다. 지금은 평균 주 3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뉴욕 오피스의 공간 구성은 닫힌 사무실보다는 열린 공간을 위주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협업을 유도하고 직원들의 창의력을 살리기 위한 의도라고 구글 측은 설명했다.
정김경숙(미국명 로이스 김) 구글 인터내셔널 미디어·스토리텔링 담당 디렉터는 "오피스마다 다 다르고 각자 특색이 있지만, 구글의 오피스 철학은 분명하다. 창의성과 연결성을 살리는 것"이라면서 "오픈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동료들과 마주쳐 편하게 대화하면서 협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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