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예산안 공개 앞두고 "경기침체, 짧고 약하게 겪는 게 관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부 장관이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세금을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헌트 장관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보수당의 첫 번째 원칙은 인플레이션이 사악하며 세금보다 음흉하게 시민의 주머니와 은행 계좌 속 파운드를 잠식한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발언은 증세 결정이 집권 보수당의 저세율 기조와 충돌할 가능성과 관련해 언급하던 중 나온 것이다.
이는 큰 후폭풍을 몰고 왔던 리즈 트러스 내각의 대규모 감세안과는 정반대의 행보이기도 하다.
영국 정부는 17일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헌트 장관은 "(예산안 발표는) 국가에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될 것이며 우리는 국민을 이념보다 앞세울 것"이라며 "나라를 위해 현 상황에서 옳은 일을 해야 하며, 불행히도 이는 세금 인상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더타임스는 헌트 장관이 영국 재정에 난 550억 파운드(약 85조9천억원)의 '블랙홀'을 메우기 위해 향후 2년간 소득세와 국가 보험, 부가가치세, 상속세, 연금에 대한 기준과 수당을 동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수당을 절반으로 줄이고 소득세 가산세율 적용 기준도 낮출 예정이다.
앞서 일간 가디언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정부가 최소 350억 파운드의 증세, 250억 파운드의 지출 삭감을 포함한 600억 파운드(93조7천억원)의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헌트 장관은 이날 리즈 트러스 전 총리와 쿼지 콰텡 전 재무부 장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트러스 전 총리는 경제 성장을 위해 50년 만의 최대 규모 감세 계획이 담긴 경제 정책을 재정 손실을 메울 대책 없이 발표했다가 금융시장에 대혼란을 일으켰고,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그는 "우리가 NHS(국민보건서비스)와 좋은 공공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려면 국가 성장의 역설을 풀어야 한다는 점에선 리즈와 쿼지가 옳았다"고 말했다.
이어 "17일에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에 대해 말하는 만큼 많은 시간을 성장에 대해 말하는 데 쓸 것"이라며 "그 문제들을 다루는 건 중요하지만, (트러스 내각이) 국가로서 지불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산책임처(OBR) 전망치 없이 한 것은 실수였다"라고 덧붙였다.
11일 영국 통계청은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3분기(7∼9월)에 0.2% 감소했다고 밝혔다. 2분기 연속 역성장을 하면 경기침체에 해당하므로 이번 분기 역성장은 장기 경기침체 진입의 신호로 해석됐다.
또한 이달 초 영국 중앙은행(BOE)은 영국 경기침체가 2024년 중반까지 2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920년대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헌트 장관은 "예산안 발표와 함께 이와 비슷한 그림을 보여주는 OBR의 전망치를 발표할 것"이라며 "문제는 우리가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는 게 아니라 이를 더 짧고 더 약하게 겪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도록 돕는 것"이라며 "그들에게 우리가 인플레이션을 잡고 경제 안정성을 되찾을 계획이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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