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원 뉴스보다 현장감·상호작용 우수…뉴스도 독자 주도로 진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전직 뉴스위크 기자 노니 드 라 페냐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푸드뱅크 앞에 길게 늘어선 저소득층을 가상현실(VR)로 담은 '로스앤젤레스의 굶주림'을 2012년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에 출품했을 때 모두가 놀랐다.
줄을 서던 한 남성이 당뇨병 쇼크로 쓰러지자 일부 시청자가 땅에 무릎을 꿇고 피해자를 위로하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등 시청자들이 마치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이다.
여전히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뛰어난 현장감, 상호작용감, 몰입감을 자랑하는 VR 뉴스는 향후 뉴스 생산과 소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저널리즘의 새로운 형태로 평가받는다.
2015년 미 일간 뉴욕타임스가 중동에서의 내전 관련 이야기를 다룬 '난민'(The Displaced) 시리즈와 CNN이 스페인 소물이 축제를 5분간 360도 VR로 보여준 '팜플로나 황소들과 달리다'(Go running with the bulls in Pamplona) 등이 대표적이다.
19일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정성욱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방송통신연구'에 발표한 'VR 뉴스는 메타버스 시대의 새로운 저널리즘이 될 수 있을까?' 논문은 메타버스 시대에 VR 뉴스가 더욱 빛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자들은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한 달여 기간 최신 VR 장비와 노트북을 사용해 만 18세 이상 50세 이하 72명을 대상으로 관련 실험을 했다.
실험 대상자들은 2020년 11월 단비뉴스 제작팀이 지하 수 미터 아래 하수가 흐르는 곳에 질식 위험이 숨어 있음을 고발한 뉴스, 안중근 의사의 유언과 죽기 전 어머니와 마주한 장면을 담은 뉴스(2017년 조선일보 VR 공모전 우수상)를 2차원 뉴스 또는 VR 뉴스로 시청한 뒤 관련 설문에 응답했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VR 뉴스가 2차원 뉴스보다 현장감, 상호작용감, 몰입감 등에 있어서 더 우수한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분석됐고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했다고 밝혔다.
특히 하수처리장 위험성을 고발한 뉴스에서는 VR 뉴스를 시청한 집단이 2차원 뉴스를 시청한 집단보다 해당 뉴스를 더 중요한 뉴스로 인식했을 뿐 아니라 현장감을 더 크게 느꼈으며, 객관성에 대한 인식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차원 뉴스에서 카메라는 하수 처리 시설 관계자가 지하로 내려가 위험성을 설명하고 설비의 내부 구조를 보여 주는 데 집중했는데, 같은 내용의 VR 뉴스는 퇴적물이 쌓여 오염된 장면과 하수도 안에 이물질이 낀 공간 등 다양한 화면을 독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시청자들은 기자가 보여주는 영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기자의 시선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는데, VR 뉴스가 뉴스를 보는 관점을 기자로부터 독자에게로 돌려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였다"고 자평했다.
연구진은 TV로만 뉴스를 보는 시대가 1996년 인터넷 뉴스가 시작되며 결별을 고했고, 10여 년 뒤 2007년 애플의 스마트폰 출시로 모바일 뉴스 시대가 열린 점을 고려하면 21세기 전후로 뉴스를 보는 방식이 10년 주기로 바뀐다고 짚었다.
이어 "또다시 10년이 흐른 2016년 즈음부터 수용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뉴스를 원할 것"이라며 "MZ세대를 중심으로 작가에 의해 스토리가 선형적으로 흘러가는 구조인 '스토리텔링'에서 독자가 직접 참여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스토리리빙'으로 관심이 옮겨 가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 뉴스도 그렇게 진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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