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이주민 수용 둘러싼 갈등 실타래 풀릴까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지중해 이주민 수용 문제를 둘러싸고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간 화해를 모색했다.
양국 대통령실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두 정상이 전화 통화를 통해 이탈리아와 프랑스 간 관계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며 "양국 차원은 물론 유럽연합(EU) 내에서 모든 분야에 걸쳐 완전한 협력을 위한 조건을 재설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양국 대통령실은 두 정상의 통화가 언제, 누구의 주도로 이뤄졌는지 밝히지 않았다. 지중해 이주민 등 양국의 현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양국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양국 정상의 통화는 그 자체로 주목을 받았다.
극우 성향으로 평가받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달리 지난 1월 재선된 마타렐라 대통령은 본인의 정치 성향을 크게 내세우지 않는 편이며 현재 당적도 없다.
이른바 드라크롱(드라기+마크롱)으로 불릴 정도로 마리오 드라기 총리 재임 시절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으나 드라기 총리가 물러나고 멜로니 신임 총리가 취임한 뒤 양국 관계는 급격하게 경색됐다.
멜로니 총리는 취임 전부터 예고한 대로 이주민 수용 문제에 대해 강경 노선을 밀어붙였다. 프랑스 해상 구호단체 SOS 메디테라네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 '오션 바이킹'은 이탈리아 정부의 입항 거부로 3주 가까이 바다에 고립됐다.
프랑스 정부는 일단 난민선을 구조하고 나중에 분산 수용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오션 바이킹' 승선자 234명을 자국 항구로 수용한 뒤 이들을 외면한 이탈리아 정부를 맹비난했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까지 직접 나서 이탈리아가 '오션 바이킹'의 구조 요청을 무시한 건 "부끄러운 일"이고 "이기적"이라고 공개 비난했다.
그러자 멜로니 총리는 프랑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고 정당하지도 않다"고 반박하는 등 양국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프랑스 정부가 전날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패배자는 멜로니 총리"라고 주장하는 등 양국이 날 선 공방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양국 대통령이 갈등 해소를 위해 화해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대통령실 성명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이탈리아로 주로 유입되는 아프리카 이주민들을 EU 회원국들의 인구 비율에 따라 강제 배분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멜로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이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만 두 정상의 회담 계획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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