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도전할 의도 없어…디커플링 시도 누구에게도 이익 안돼"
강경 언급 절제하고 협력 필요성 강조…中 발표엔 북핵 언급 빠져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며 "중·미 관계에서 넘으면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진행한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시 주석은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려는 사람은 중국의 근본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중국 인민들은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 주석은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며, 그리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지만, 양안(중국과 대만) 평화·안정과 대만 독립은 물과 불처럼 양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우리는 미국 측이 언행을 일치시켜 하나의 중국 정책과 3개 공동성명(수교 성명 등 미중관계의 주요 성명)을 준수하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시 주석의 이날 대만 관련 발언은 지난달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업무보고와 작년 11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영상 회담 때보다 절제된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은 지난달 당 대회에서 "우리는 평화통일이라는 비전을 위해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을 견지하겠지만 무력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고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작년 바이든 대통령과의 영상회담에서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는 격한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미국에 대한 견제성 발언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는 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다.
시 주석은 중·미 관계에 대해 "대립과 제로섬 경쟁이 아니라 대화와 윈윈 협력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밝힌 뒤 "중국은 현존 국제질서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미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할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의 성공은 서로에게 도전이 아닌 기회"라며 "세계는 두 나라가 스스로 발전시키고 함께 번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국제관계의 기본규범과 중·미 3개 공동성명을 지키는 것은 양측이 이견과 불일치를 관리하고 대립과 갈등을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실제로 중미관계의 가장 중요한 가드레일이자 안전망"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도 "탄압과 봉쇄는 중국인들의 의지를 강화하고 사기를 북돋울 뿐"이라며 "무역전쟁이나 기술전쟁을 일으키고 벽을 쌓고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을 추진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고 국제무역 규칙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러한 시도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과학과 기술 교류와 경제 및 무역 관계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현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은 공통의 이익을 더 많이 공유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은 양측 외교팀 간 전략적 소통 유지 및 정기적 대화, 재정팀 간 거시경제 정책, 경제 및 무역 등과 관련한 대화와 조율 지속 등에 동의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또 보건과 농업, 식량 안보 등과 관련해 대화와 협력을 한다는 것에 공동의 이해에 도달했으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집트)의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소개했다.
아울러 양측은 인적교류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모든 영역에서 인적교류 확대를 장려하는 데 동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지만, 발표문에 북한 또는 북한 핵문제,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소개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우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회담 재개를 지지하고 기대한다"며 "동시에 우리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 포괄적 대화를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두 정상 모두 이번 회담이 심도 있고 솔직했으며 건설적이었다고 생각했다"며 "양 정상은 자국 팀에게 이번에 도달한 중요한 공동 인식을 신속하게 실행에 옮기고 중·미 관계를 안정적인 발전 궤도에 다시 올려놓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두 정상은 정기적인 접촉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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