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만 일방적 현상변경 반대"…시 "하나의 中 준수하라"
바이든 "非시장 경제관행 해악"…시 "경제의 정치화에 반대"
갈등완화도 모색…바이든 "충돌 안돼"·시 "美에 도전할 의도 없어"
北문제 합의불발…바이든, 도발억제 관여 촉구·中 아예 언급 없어
(베이징·워싱턴) 조준형 이상헌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갈등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정상회담 직후 양국의 발표를 종합하면 두 정상은 경제와 대만 문제 등에 대해 각자 입장을 개진하며 적지 않은 이견을 노출했지만, 기본적인 경쟁 틀에 대해선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협력 가능성을 보이며 양국 간 갈등 완화 여지를 남겼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준비 움직임 등 북한의 도발문제 해결을 위해 시 주석에게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촉구했지만, 접점을 찾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담은 작년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시 주석과의 첫 양자 대면 만남으로, 양국 간 치솟는 갈등에 대한 담판 성격을 가져 전 세계적인 시선을 끌었다.
회담의 주요 핵심 의제 중 하나는 대만 문제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정책은 불변이라며, 한 당사자에 의한 어떠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도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전달했다.
또 대만을 향한 중국의 강압적이고 점점 더 공격적인 행위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이런 행동은 대만해협과 더 광범위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세계 번영을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은 신장, 티베트, 홍콩에서의 중국의 행위와 인권에 대한 우려를 더욱 광범위하게 제기했다고 백악관은 소개했다.
시 주석은 이에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며 "중미 관계에서 넘으면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시 주석은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려는 사람은 중국의 근본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중국 인민은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린 미 측이 언행을 일치시켜 하나의 중국 정책과 3개 공동성명(수교 성명 등 미중관계의 주요 성명)을 준수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다만 시 주석의 대만 발언은 작년 바이든 대통령과의 화상회담에서 "불장난을 하면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거나 무력사용 가능성을 열어둔 지난달 당대회 발언과 비교하면 일정 부분 절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 간 경제 관계와 관련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비(非)시장 경제 관행이 미국과 전 세계에 해를 끼친다며 지속적인 우려를 제기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에 시 주석은 "무역전쟁이나 기술전쟁을 일으키고 벽을 쌓으며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을 추진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고 국제무역 규칙을 훼손한다"면서 과학·기술 교류와 경제·무역 관계의 정치화·무기화에 반대한다고 맞섰다.
세계 2대 강대국(G2)으로서 양국 간 갈등 완화를 위한 접점 찾기도 모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동맹 등과의 협력 노력 등을 통해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며 특히 양국 간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이 책임감 있게 경쟁을 관리하고 열린 소통선을 유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은 이런 목표를 진전시킬 원칙의 발전 중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각자의 정부에 이를 추가로 논의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이 (개도국에 대한) 부채 탕감, 보건 및 글로벌 식량 안보를 포함한 글로벌 거시경제의 안정과 기후 변화 같은 초국가적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두 정상은 특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환영하고, 공동워킹그룹 등을 통해 현재의 메커니즘을 진전시킬 것을 독려했다고도 백악관은 설명했다.
백악관은 미중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위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데 양 정상이 합의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 역시 양국 관계가 "대립과 제로섬 경쟁이 아니라 대화와 윈윈 협력으로 정의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현존 국제질서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미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할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과 미국의 성공은 서로에게 도전이 아닌 기회"라며 "세계는 두 나라가 스스로 발전시키고 함께 번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은 공통의 이익을 더 많이 공유한다"고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양 정상은 자국 팀에게 이번에 도달한 중요한 공동 인식을 신속히 실행에 옮기고 중미 관계를 안정적인 발전 궤도에 다시 올려놓기 위해 구체적 조처를 하라고 지시했다"며 "두 정상은 정기적 접촉을 유지키로 합의했다"고 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국제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북한이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촉구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등 북한의 도발 억제에 대한 중국의 관여를 촉구했다.
그는 회담 후 회견에서 "시 주석에게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더는 관여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시도는 그들 의무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측 발표문에는 북한 또는 북한 핵 문제,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소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중국이 북한을 제어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해 시 주석의 확답이 없었음을 시사한 뒤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미국과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적인 방어행위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적인 방어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1일 언급했던 북한 도발 지속시 역내 미군 군사력 증강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역내 미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양국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해선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데 두 정상이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핵 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되고 누구도 이길 수 없다는 데 동의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 사용이나 그 위협에 반대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시 주석은 "우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회담 재개를 지지하고 기대한다"면서 "동시에 우리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 포괄적 대화를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상당히 솔직하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양 정상은 다양한 이슈에 대해 각자의 우선순위와 의도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를 나눴다"고 했고, 중국 외교부도 "두 정상 모두 이번 회담이 심도 있고 솔직했으며 건설적이었다고 생각했다"고 각각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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