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72)이 소유한 '버진 그룹' 산하 우주개발업체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이 우주관광 상용 서비스 개시 시점을 수년째 거듭 미루고 있는 가운데 미국 80대 남성이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탑승권을 환불했다.
15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교외도시 엘크그로브빌리지에 사는 불가리아계 억만장자 사업가 셰프케 차파제프(84)는 2007년 17만5천 달러(약 2억3천만 원)를 주고 버진 갤럭틱의 상업용 우주선 탑승권을 매입했다.
그는 "작년 7월 버진그룹 브랜슨 회장과 일행 5명이 우주비행선을 타고 53마일(약 88km) 상공까지 올라가 3~4분간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돌아온 것을 봤다"며 하지만 본인의 '우주비행 꿈'은 마치 죽어가는 별처럼, 점점 더 멀게 느껴져 환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차파제프는 "(탑승권을 산 지) 벌써 15년이나 됐다"면서 "매번 '내년에는, 내년에는 가능하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말을 믿고 기다렸으나 이제 지쳤다"고 말했다.
차파제프가 우주관광 상용 서비스 개시를 기다려온 지난 15년간 버진 갤럭틱은 회사 로고가 새겨진 열쇠고리와 우주재킷 등을 선물로 보내왔고 수많은 이메일로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바란 것은 단 하나, 버킷리스트에서 우주여행을 지우는 것 뿐이었다"며 "그들은 내년에도 나의 우주비행을 확실히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지금 건강 상태도 예전만 못한데"라고 말했다.
그는 버진 갤러틱 측이 탑승료로 지불된 돈에서 10%를 제하고 환급했다고 밝혔다.
브랜슨은 지난 2004년, 우주경계선에서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면서 푸르고 둥근 지구를 조망하는 경험을 일반인들에게 제공하겠다며 버진 갤럭틱을 설립했다.
당초 서비스 개시 시점은 2009년이었으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2014년 첫 시험비행에서 우주비행선이 추락하며 조종사 1명이 사망하고 다른 1명은 중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고 이후 2016년까지 시험비행이 중단됐다.
작년 5월 시험비행을 재개하고 두 달만인 7월 11일 브랜슨과 일행 5명이 성공적인 비행을 마쳤으나 올해 4분기로 연기됐던 상업비행 시작은 내년 2분기 이후로 또다시 미뤄졌다.
차파제프는 브랜슨의 비행 이후 잠시 새로운 기대를 가졌었으나 희망은 곧 사라졌다고 말했다.
현재 탑승료는 최대 45만 달러(약 5억9천만 원)까지 상향 조정됐으나 버진 갤럭틱 대변인은 "이미 800장가량의 탑승권이 팔렸다"고 밝혔다.
그는 탑승을 기다리다 지쳐 환불을 요청한 고객이 몇 명이나 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차파제프는 "우주로 가는 꿈은 실현하지 못하게 됐지만 난 행복한 사람"이라며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를 타고 전 세계 안 가본 곳 없이 여행을 다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이제 두 살 된 손녀가 있고 또 다른 손주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내게 가장 큰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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