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동맹국들 정상과 연쇄 회동에 서방언론 평가…"푸틴 불참이 기회 돼"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3년 가까운 코로나19 국내 은둔을 끝내고 국제무대에 복귀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려는 모습이 두드러졌다고 서방 언론과 전문가가 평가했다.
미국 CNN 방송과 AFP 통신이 15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세계의 이목이 쏠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호주, 프랑스, 네덜란드, 한국 정상을 잇따라 만났으며 일본, 영국 정상과도 회담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최근 수년간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무역 및 코로나19 발원지 갈등 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만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표현을 완화하고 이견을 좁히는 데 협력하기로 약속해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전 세계에 안도감을 줬다.
또 영국 총리실은 리시 수낵 총리가 "솔직하고 건설적인 관계"를 위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이번 주 후반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태국 방콕에서 시 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CNN 방송은 시 주석이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재천명하려 하고 있다면서 연쇄 회동이 관계를 완전히 재설정할 것 같지는 않지만, 열린 소통채널을 복구하는 데는 긍정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AFP 통신은 시 주석이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모두가 만나고 싶어하는 지도자가 됐다며, 그가 기후변화·무역 등에 대한 새로운 대화 약속은 물론이고 미소와 악수로 세계적 과제에 맞설 준비가 된 통 큰 외교관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려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대니 러셀 부소장은 "시 주석은 분명히 국제무대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그의 외교 행보는 사람들의 마음 사로잡기 위해 매력 공세를 펴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런 모습은 2020년 초부터 심각한 외교 및 무역 갈등을 겪어온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와 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양국 관계는 호주가 중국에 코로나바이러스 기원 조사를 요구하자 중국이 반발해 호주 석탄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이어 호주가 미국, 영국과의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통해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면서 걷잡을 수 없게 악화했다.
하지만 공식 정상회담으로는 6년 만에 마주 앉은 양국 정상은 과거 갈등을 뒤로하고 관계 개선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앨버니지 총리에게 "양국의 우호적 관계는 양국 국민의 근본적 이익에 부합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적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회담 후 "이번 회담은 호주와 중국 관계 안정화를 향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휴전과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회담에 대한 지지 의사를 거듭 밝혔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양국 지도자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가 사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불참으로 시 주석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으며,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껄끄러운 문제를 피해 자신의 외교를 펼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자이안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어온 푸틴 대통령이 없기 때문에 시 주석이 러시아의 행위를 옹호하거나 비난할 필요도 없다"며 "푸틴의 부재가 시 주석에게 자기 견해를 내세울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밖에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미키 살 세네갈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이날도 몇 개국 정상과 더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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