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활동가 '명화 테러'에 92개 박물관 공동대응 나서

입력 2022-11-16 11:34  

기후활동가 '명화 테러'에 92개 박물관 공동대응 나서
대영박물관·루브르박물관 등 참여…"세계문화유산 보존해야"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기후 활동가들의 명화 테러 사건이 세계 곳곳에서 잇따르면서 주요 박물관들도 공동성명을 발표해 대응에 나섰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런던 대영박물관, 파리 루브르 박물관 등 92곳은 '박물관 미술품에 대한 공격'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최근 몇 주간 전 세계 박물관에 전시된 미술품들이 계속해서 공격받고 있다"며 "활동가들은 대체 불가능한 작품들이 훼손에 취약하다는 점을 과소평가하고 있는데, 작품들은 세계문화유산으로써 보존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후활동가들의 명화 훼손으로 박물관 관계자들이 점점 깊은 좌절감에 빠지고 있으며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다만 "박물관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에 참여하고 사회 담론 형성을 가능케 하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앞으로도 문화유산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을 지지할 것이며 박물관을 사회적 소통이 가능한 자유로운 공간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을 주도한 국제박물관협의회(ICOM)는 발표 이후 "박물관들이 작품들의 안전과 기후활동가의 우려를 모두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각국에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한 활동가들의 명화 훼손 퍼포먼스가 이어져왔다.
이달만 해도 지난 3일 이탈리아 기후단체 '울티마 제네라지오네' 소속 활동가가 로마 보나파르테 궁전 미술관에 전시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씨 뿌리는 사람'에 야채수프를 끼얹었다.
이틀 뒤에는 두 여성이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전시된 고야 작품에 접착제를 묻혔고 15일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레오폴트 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클림트의 작품도 액체 테러를 당했다.
이밖에 네덜란드와 독일 등 지역의 미술관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명화 훼손 사건이 발생했다.
기후활동가들은 "기후가 무너지면 우리가 알고 있던 문명 전체가 무너진다"며 "더는 관광, 박물관, 예술은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시위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행히 현재까지 작품이 영구손상된 경우는 없었지만, 이들을 '영웅'으로 지칭하는 사람들과 '반달리즘'으로 규정하는 사람들 간 논쟁은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데이나 피셔 사회학 교수는 "전략적 혁신과 새로운 방식은 미디어의 관심을 끌지만, 항상 생각과 마음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acui7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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