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영업손실 20조원 넘어…코스닥은 성장세 유지
증권가 "4분기∼내년 상반기까지 역성장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송은경 기자 =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13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넘게 줄었다.
한국전력[015760]을 비롯해 건설, 철강, 화학 등 업종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진 탓이다. 한전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1% 이내 소폭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경기 둔화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전년 대비 역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코스피 상장사 3분기 누적 순이익 12% ↓…한전 빼면 소폭감소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12월 결산 상장기업 601개사(금융업 등 제외)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2천84조23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4.51%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46조2천452억원으로 1% 느는 데 그쳤고, 순이익은 113조2천192억원으로 12.35%나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률도 각각 7.02%, 5.43%로 전년 동기 대비 1.63%포인트, 2.28%포인트 감소했다.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낸 한국전력을 제외하면 연결 매출액은 24.78%, 영업이익은 15.18% 증가했고, 순이익도 -0.67%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한전은 에너지 위기 지속으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21조8천342억원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거래소는 "작년 순이익에 포함된 네이버의 종속기업 처분이익(14조9천억원) 효과를 배제하면 순이익도 전년 대비 약 12%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매출이 726조327억원으로 작년 대비 3.46% 늘었고, 영업이익(39조3천666억원)은 30.35%, 순이익(27조6천733억원)은 37.04% 각각 감소했다.
한전 제외시에는 연결 매출은 706조2천598억원으로 작년 대비 2.92% 늘었고, 영업이익(46조8천975억원)은 25.61%, 순이익(33조5천575억원)은 31.22% 각각 감소했다.
코스닥시장 상장기업들은 영업이익, 순이익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거래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기업 1천70개사의 연결기준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98조8천4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1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2조5천178억원으로 11.25%, 순이익은 10조2천149억원으로 3.14% 늘었다.
영업이익률(6.30%)과 순이익률(5.14%)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61%포인트, 0.96%포인트 하락했다.
◇ 한전 영업손실 21조원…건설·철강금속·화학 부진
업종별로는 한국전력을 포함한 전기가스업, 건설업, 철강 등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코스피 시장에서 연결 결산실적 기준 17개 업종 중 운수창고업, 섬유·의복 등 14개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증가한 반면 전기가스업(적자전환), 건설업(-25.43%), 철강금속(-9.67%) 등은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전기가스업은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20조3천898억원에 달했다.
김지산 키움증권[039490] 리서치센터장은 "우리 경제 버팀목이던 반도체, 철강, 화학 쪽에서 이익 감소 폭이 컸다"며 "수출도 역성장으로 돌아섰고 경기 민감도가 큰 업종 위주로 이익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금융업종 중에서는 증권, 보험이 부진한 성적을 이어갔다.
금융업 43개사(개별 제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6조7천829억원, 순이익은 28조5천539억원으로 각각 5.39%, 5.37% 감소했다.
금융지주(6.43%), 은행(10.37%)은 작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반면, 증권(-47.09%), 보험(-6.35%)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정보기기(504.87%), 숙박·음식(215.47%), IT부품(110.89%), 일반전기전자(82.37%), 기계·장비(54.37%), 금속(52.62%), 통신장비(31.54%) 등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반면 방송서비스(-40.41%), 디지털컨텐츠(-38.13%), 유통(-19.27%) 등은 감소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유가증권시장 분석 대상 601개사 중 3분기 순이익 누적 흑자 기업은 483개사(80.37%)로, 작년 동기(505개사) 대비 22개사(3.66%포인트)가 감소했다. 적자 기업은 118개사로 19.63%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연결 부채비율은 120.09%로 작년 말 대비 3.70%포인트 높아졌다.
코스닥시장에서 분석 대상 1천70개사 중 순이익 흑자 기업은 719개사(67.20%)고, 351사(32.80%)는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108.68%로 작년 말 대비 1.92%포인트 증가했다.
◇ 증권가 "내년 상반기까지 역성장 예상"
증권가는 올해 4분기와 내년 상반기까지는 역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016360]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올해 내내 인플레이션이 기업에 가장 큰 부담이 됐는데, 2분기까지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어 그 영향이 크게 드러나진 않았다"면서 "하반기 들어서는 수출도 둔화하고 실적이 꺾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말에는 내년 불황에 대응해 구조조정, 인력감축이 일어나는 상황이고 소비나 투자도 위축되기 때문에 이런 실적 둔화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일구 한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우리나라 기업들은 경기민감 업종이 대부분"이라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감소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전이 올해보다 내년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돼 전체 실적은 올해와 비슷할 수 있다"면서 "한전을 빼면 내년은 7∼8% 정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긴축정책 완화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승민 팀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치고 정책을 전환할지가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수요가 살아나야 우리 기업들의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러려면 금리 인상이 완료돼야 하고, 인플레이션 영향도 줄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여부는 중국 소비재 관련해서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여서 최근에 이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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