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 2명 사망…러 소행설에 서방 집단방위 우려
바이든, 서둘러 동맹에 '우크라군이 발사' 정보 공유
나토, 진상조사 돌입…미, 러 공습엔 '야만적' 날선 비판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김동호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인 미사일 공습을 강행한 날 폴란드에도 미사일이 떨어져 2명의 사망자를 내 확전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그러나 이 미사일은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 낙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나 서방과 러시아의 직접 군사대결 위험은 일단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 우크라 접경 폴란드 농촌에 러시아제 미사일 낙탄
폴란드 외무부는 15일(현지시간) 오후 3시40분 동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인 루블린주 흐루비에슈프군 프셰보두프의 농경지에 미사일이 떨어져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피격지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불과 6㎞ 정도 떨어진 곳이다.
미사일은 애초 러시아가 발사한 것으로 의심을 받았다.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대대적인 미사일 공습을 가해 수도 키이우 등 12곳 이상의 도시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폴란드 정부는 미사일이 러시아제로 확인됐다며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미사일이 러시아제라고 주장하며 폴란드 주장에 동조했다.
이에 러시아 국방부는 폴란드와 가까운 곳에 있는 표적을 타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 나토 집단방위 자극…군사개입 땐 3차 세계대전 우려
폴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까닭에 미사일 피격 소식이 알려지자 국제사회는 크게 긴장했다.
나토는 동맹국 1곳이 외세의 공격을 받으면 전체가 공격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대응하는 집단방위체제를 유지한다.
러시아 소행이 확인되면 집단방위 조약이 발동돼 우크라이나전이 서방과 러시아의 직접 대결로 거침없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미국은 그간 확전 우려 때문에 우크라이나전 개입 수위를 세심하게 조절해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군사개입으로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 충돌이 발생하면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다며 경계해왔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폴란드 미사일 피격 사건은 우크라이나군이 쏜 지대공 미사일이 오발로 폴란드에 낙탄해 발생한 것으로 정리됐다.
미국의 초기 조사결과 폴란드 접경지대에 떨어진 미사일은 궤적상 오발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 바이든 서둘러 '우크라가 쐈다' 동맹에 정보 공유
사안의 심각성을 의식한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둘러 정보를 공개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에 머무는 그는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 동맹국 정상들을 모아 러시아 소행설을 부정했다.
그는 주요 7개국(G7) 및 나토 동맹국에 "폴란드에서 일어난 폭발은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콕 집어 언급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나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관리도 AP통신에 우크라이나군이 날아오는 러시아 미사일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이 폴란드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초기조사 결과를 밝혔다. 그는 "궤적을 볼 때 러시아에서 발사된 게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은 서방 당국에 추적된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의 한 관리는 폴란드 상공에서 정기 정찰을 하던 나토 항공기가 미사일의 궤적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CNN에 밝혔다.
◇ 러시아제 우크라 방공체계 S-300 문제일으킨 듯
러시아제 미사일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구소련권 국가들에서 다수 사용하는 무기다.
독일 dpa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폴란드 미사일 피격 때문에 열린 긴급회의에서 해당 미사일을 두고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제 S-300 미사일 방어체계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군사전문가들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미사일 잔해를 보면 대공 미사일인 S-300과 비슷해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성명을 내고 "폴란드에서 발견된 잔해 사진을 러시아 방위산업 전문가들이 분석해본 결과 우크라이나 공군이 보유한 S-300 시스템의 대공 유도 미사일의 요소로 분명히 파악됐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지점도 폴란드 국경에서 35㎞ 이상 떨어져 있었다는 설명이다.
◇진상조사는 지속…"러 무차별 공습 자체가 '야만적 행위'"
서방의 초기조사 결과에 따라 확전 위기는 일단 넘긴 것으로 보이지만 사안에 대한 조사는 계속될 예정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6일 나토 대사들을 긴급히 소집해 논의에 들어갔다.
폴란드도 자체 조사에 돌입했다.
다만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책임과 관련해서는 당일 대대적 공습에 나선 러시아가 개전 후 최대 규모인 85발의 미사일을 쏟아부어 우크라이나가 방어에 나선 상황이었음을 고려할 것으로 관측된다.
나토의 한 축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모든 정보를 분석할 때까지 아무런 코멘트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가까워 안보 위협을 더 크게 느끼는 발트 3국도 긴급회의를 개최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이어갔다.
폴란드 미사일 피격과 별도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에 대한 비판은 지속됐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러시아의 무차별적 공습이 전쟁범죄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의 행위를 '야만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계 지도자들이 세계평화를 증진하려고 만난 이 순간에도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어린이와 여성 등 민간인을 폭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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