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3분기 4% 역성장…원유수출 의존도 점점 커져
제재 버티기 안간힘…"여건 악화해 4분기엔 7% 역성장"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지 9개월 만에 공식적인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진단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연방통계청은 러시아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동기 대비 4% 줄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올해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감소세로 기록됐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GDP가 2개 분기 연속으로 줄어들면 해당국 경제가 침체기(recession)에 들어간 것으로 판정한다.
도매업과 소매업이 각각 22.6%, 9.1% 수축해 GDP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경제는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속해서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때문에 핵심부품과 기술 수입이 차단돼 제조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게다가 젊은 남성들을 대거 징집해 우크라이나전에 병사로 보낸 까닭에 산업 현장에서 노동력 부족까지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 옴부즈맨 보리스 티토프는 최근 몇 달간 러시아 기업 5천800곳 중 3분의 1이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9월 시행된 예비군 30만명 동원령으로 피해를 본 기업도 전체의 3분의 1에 달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무역과 노동 여건이 악화하면서 러시아의 경제 체질이 서서히 저질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러시아 로코인베스트 투자책임자 드미트리 폴레보이는 "놀랄 일도 아니다"며 "사태는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는 전쟁 초기에 대다수 전문가가 제시한 급격한 추락과 달리 현재까지는 충격을 비교적 잘 버텨내는 모습이다.
이달 8일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GDP가 작년 대비 3.5%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도 3.4∼4.5% 수준의 침체를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선방의 원인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석유,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지목된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에 급락한 루블화 가치를 기준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떠받치기도 했다.
이런 버티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에너지 수출은 러시아 연방정부 전체 수입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의존도는 날로 늘어가는 추세다.
서방국들은 러시아의 전쟁자금을 차단한다는 목적으로 러시아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다음 달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러시아 내 전문가들도 자국 경제 상황이 앞으로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관측이다.
폴레보이는 "올해 4분기에는 GDP가 급격히 줄어들어 감소 폭이 7%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국립고등경제대학(HSE) 발레리 미로노프 부소장은 제제 영향이 내년으로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도 "제재가 러시아와 글로벌 경제에 가져올 영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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