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이사, 법정 증언…누가 후계자인지는 공개 안해
'행정 CEO' 물색했으나 적임자 없었다는 증언도 나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차기 CEO 역할을 맡을 잠재적인 후계자를 최근 찾았다고 이 전기차 회사의 이사가 16일(현지시간) 법정에서 증언해 관심을 끌고 있다.
머스크에 대한 스톡옵션 지급 등 보상 패키지의 법적 타당성을 놓고 이날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서 재판이 열린 가운데 제임스 머독 테슬라 이사가 법정에서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머스크가 그동안 잠재적인 후계자로 누군가를 지목한 적이 없었다며 머독 이사에게 사실 확인을 요구했고, 머독 이사는 "사실 그(머스크)는 (후계자를) 찾았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달 동안 후계자 지명과 관련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증언했다.
머스크의 오랜 친구이자 2007∼2021년 테슬라 이사를 지낸 안토니오 그라시아스도 이날 법정에서 머스크의 업무 부담을 덜어줄 '행정 CEO'를 두는 방안이 과거 논의된 바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머스크가 최고 제품 책임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영업과 재무, 인사를 총괄하는 행정 CEO를 물색했으나 적임자를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테슬라에 대한 후계 구도를 밝힌 적이 없지만, "머독 이사의 언급은 머스크가 테슬라의 다음 챕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머스크는 지난 8월 테슬라 주총에서 후계자 질문에 "내가 쓸모있는 한 테슬라와 함께 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본인 없이도 테슬라가 잘 돌아갈 것이라고 농담조로 말하면서 "제가 외계인에 납치되거나 제 고향 행성으로 돌아가더라도 테슬라는 계속해서 아주 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독 이사는 잠재적 후계자가 누구인지 등 다른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문제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트위터 조직 정비에 집중하면서 테슬라 경영에는 소홀해졌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서다.
최근 머스크는 트위터의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밤을 새우고 숙식을 해결하면서 일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그는 이날 트위터의 근본적인 조직 개편이 곧 완료될 것이라며 트위터를 이끌 새 CEO를 임명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테슬라 이사들과 함께 이날 재판에 소환된 머스크는 증언석에서 "트위터에서 제 시간을 줄이고 회사를 운영할 다른 사람을 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머스크는 2018년 책정된 560억 달러(74조8천억 원) 규모의 보상안과 관련해 테슬라에 어떤 조건도 제시하지 않았고 회사 경영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앞서 테슬라 소액주주 리처드 토네타는 머스크가 이사회에 압력을 행사해 보상안 승인을 유도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달 소송을 제기했다.
보상 패키지에 따르면 머스크는 테슬라에서 월급과 보너스를 받지 않는 대신 회사 매출과 시가총액 등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12차례에 걸쳐 최대 1억1천만 주 규모의 스톡옵션을 부여받게 된다.
머스크는 보상안이 승인된 이후 현재까지 테슬라 실적을 토대로 524억 달러(70조 원) 가치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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