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11월' 3주년 기념일인 15일부터 '히잡 시위' 격화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이란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로 가득 찬 수도 테헤란의 지하철역에서 총기를 발포하고, 여성을 마구 때리는 내용의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AFP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동영상에는 놀란 시민들이 지하철역 출구를 향해 황급히 대피하다가 서로에게 뒤엉켜 넘어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동영상에서는 총성이 들리지는 않지만, 가디언·AFP통신 등은 경찰이 시민을 향해 발포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의 총격에 사상자가 발생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지하철 열차 밖에서 창문을 통해 촬영된 또 다른 영상에서는 경찰이 객실을 옮겨 다니며 경찰봉으로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경찰봉으로 때리는 모습이 찍혔다.
AFP통신은 이들 동영상이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란에서는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이후 반정부 시위가 석 달째 계속되고 있다.
특히 '피의 11월' 3주년 기념일인 15일부터 시위대가 시민들의 광범위한 동참을 촉구하면서 시위가 더욱 격화하고 있다. 피의 11월은 정부의 휘발유 가격 인상에 분노한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다 유혈 진압 속에 수백 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AFP 통신은 15∼16일 양일간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벌어진 충돌로 이란 전역에서 최소 7명이 사망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16일 보안관 2명이 시위대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반정부 감시단체 '1500타스비르'(1500tasvir)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15일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는 시위대 수십 명이 모닥불을 주위를 돌면서 "우리는 싸운다. 우리는 이란을 되찾을 것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가 "올해는 피로 얼룩졌다. 호메이니는 끝이다"라고 외치면서 히잡에 불을 지르는 동영상도 있었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 성직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집권하면서 여성의 히잡 착용이 의무가 됐다.
한편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은 이란 히잡 시위 과정에서 1만5천 명이 체포되고, 3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주장했다.
이란 당국은 이런 통계를 부인하고 있다. 지금까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5명이 사형을 선고받았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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