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80% 소득 2~3%대 증가할 때 하위 20%만 줄어
하위 20%·상위 20% 소득 5.75배차…0.41배p 확대
하위 20% 가계지출 증가율도 가장 낮아…월 34만원씩 적자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곽민서 박원희 기자 = 코로나19 지원금이 올해는 지급되지 않으면서 전체 가계 중 하위 20%(1분위)만 소득이 감소했다.
하위 20%와 상위 20%(5분위) 간 소득 격차는 5.75배로 분배 역시 악화했다.
정부 지원금으로 잠시 가려뒀던 빈부 격차의 민낯이 다시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 1인당 25만원 지원금 사라지니 1분위 소득 감소
통계청은 이런 내용 등을 담은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3분기 중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3만1천원으로 1년 전보다 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의 소득은 3.0% 증가했다.
특히 가장 부유한 5분위 가구의 소득은 3.7% 증가, 5개 분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1분위의 경우 근로소득이 21.1%, 사업소득이 22.5% 늘었지만 공적 이전소득이 15.3% 감소한 여파가 컸다. 전체 소득에서 공적 이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 이들 계층에는 정부가 지급하는 각종 지원금이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비교 시점이 되는 지난해 3분기에 정부는 국민 88%를 대상으로 1인당 25만원씩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100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이 올해는 지급되지 않다 보니 소득 하위 가구에서는 1년 전 대비 소득 감소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 상하위 소득격차 5.34→5.75배…시장소득 격차는 줄어
1분위에서만 나타난 소득 감소 현상은 곧 분배의 악화를 의미한다.
3분기 중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75배를 기록했다. 1년 전 5.34배보다 0.41배 포인트 커졌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눈 후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보는 지표다. 배율이 커진다는 것은 빈부 격차, 즉 분배의 악화를 의미한다.
단 지원금 등 공적 이전을 제외한 시장소득으로만 산출한 5분위 배율에선 개선 기미가 감지됐다.
3분기 중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10.87배로 1년 전 11.93배보다 1.06배 포인트 감소했다.
정부 지원금이 줄어 전체 분배 지표는 악화했지만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등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소득만 봤을 때는 분배 상황이 개선된 것이다.
◇ 1분위 월 34만원 적자…5분위는 345만원 흑자
하위 20% 계층에서 나타난 소득 감소는 가계 지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1분위의 가계지출 증가율은 4.5%를 기록, 5개 분위 중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24만 5천원으로 1년 전보다 5.7% 늘었다.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 증가율인 6.2%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분위 가구가 지출을 가장 많이 줄인 분야는 주류·담배(-8.2%)다. 교육 분야엔 지출을 46.9%나 늘렸다.
5분위는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을 11.8% 줄였다. 외부 활동을 늘린 결과로 분석된다. 대신 오락·문화 분야 지출을 32.2% 늘렸다.
소득 1분위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은 식료품·비주류음료(22.4%), 주거·수도·광열(15.9%), 보건(13.1%) 순이다.
이에 비해 소득 5분위 가구는 음식·숙박(16.4%), 교통(13.6%), 식료품·비주류음료(12.6%) 순이다.
1분위의 경우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이 월평균 -34만3천원을 기록하고 있다. 5분위의 344만9천원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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