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소득 3.0% 늘었지만 고물가에 실질소득 줄어…지출 '제자리걸음'
금리 상승에 이자비용 20% 증가…흑자액 5개 분기만에 감소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곽민서 박원희 기자 = 지난 3분기 가계의 명목소득은 늘었지만, 실질 소득은 고물가의 영향으로 5개 분기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에 식료품·비주류음료의 실질 지출은 10% 넘게 줄어드는 등 가계는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고금리에 이자비용도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가계의 흑자액은 5개 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 실질소득 2.8%↓…외환위기 이후 최고 물가 상승에 감소 전환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22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6만9천원으로 1년 전보다 3.0% 늘었다.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실질 소득은 2.8% 줄어 지난해 2분기(-3.1%) 이후 5개 분기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물가를 고려했을 때 가계의 실질적인 형편은 1년 전보다 나빠진 것이다.
3분기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9% 올랐다. 분기 기준 상승률로는 1998년 4분기(6.0%) 이후 가장 높다.
세부적으로 보면 근로소득이 명목 기준 311만4천원으로 5.4% 늘어 명목소득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양호한 고용시장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질 기준으로 보면 근로소득은 0.4% 줄어 두 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자영업자 증가와 서비스업 개선 등의 영향으로 사업소득(12.0%)과 재산소득(28.7%)도 명목 기준으로 늘었다.
경조소득·퇴직수당 등 일시적인 수입인 비경상소득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장례식 등의 경조사 참여가 늘면서 28.4% 증가했다.
반면 이전소득은 18.8% 줄었다. 지난해 지급됐던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등의 정책 효과가 소멸하면서 공적이전소득이 26.1% 감소했다.
◇ 고물가·고금리에 먹거리 소비는 줄고 이자 비용은 늘고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70만2천원으로 1년 전보다 6.2% 증가했다.
그러나 실질 기준으로는 0.3% 늘어 3개 분기 연속 0%대 증가율에 머물렀다. 소비지출의 대부분이 물가 상승의 영향이고 실질적인 씀씀이는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명목 지출이 5.4% 줄었다. 실질 기준으로는 12.4%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먹거리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가계의 소비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3분기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물가는 1년 전 대비 7.9%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5.9%)을 웃돌았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먹거리 소비가 외식 등으로 옮겨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음식·숙박 소비 지출은 22.9% 늘었는데 이는 전 분기 통틀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오락·문화(27.9%)와 의류·신발(15.3%)도 역대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외부활동 증가에 가정용품·가사서비스는 9.1% 감소했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101만8천원으로 1년 전보다 6.6% 증가했다.
특히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이자비용이 19.9% 늘었다. 증가율로는 3분기 기준으로 2018년(28.7%) 이후 가장 높다.
◇ 가계 흑자액 6.6% 감소…4가구 중 1가구는 살림살이 적자
3분기 전체 소득에서 세금이나 이자 지출을 뺀 실제 처분가능소득은 가구당 월평균 385만원으로 1년 전보다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처분가능소득 증가 폭은 직전 분기(14.2%)는 물론 작년 동기(7.2%)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처분가능소득에서 각종 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가계 흑자액은 114만8천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가계 흑자액이 감소한 것은 2021년 2분기(-13.7%) 이후 5개 분기 만에 처음이다.
처분가능소득이 늘어도 소비지출이 그보다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진 것이다.
가계 흑자율 역시 29.8%로 작년 동기 대비 2.8%포인트 하락하면서 2021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30%를 밑돌았다.
반면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지출에 쓴 돈의 비중(평균소비성향)은 70.2%로 2.8%포인트 올라갔다.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더 많은 적자 가구도 전체 가구의 25.3%에 달했다.
4가구 중 1가구는 소득에서 세금과 공과금, 생활비 지출을 빼면 가계부가 '마이너스'였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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