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EU 요구 반영한 듯…'손실과 피해' 기금 구체계획도 미포함
EU 집행위 부위원장 "합의 위해 할일 산적…폐막 전에 결론 희망"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가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올해 총회 합의문 초안이 공개됐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초안은 '비공식'(non-paper) 자료로 향후 논의를 거쳐 확정될 최종 합의문에서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초안에는 석탄 발전의 단계적 감축 및 비효율적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 단계적 중단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 총회(COP26)에서 채택된 조약에 포함된 내용이다.
또 초안은 2015년 파리협정에서 제시된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석탄 이외에 석유와 천연가스 등 모든 종류의 화석연료 사용 중단 또는 감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초안에 이런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모든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감축에 반대해온 인도, 유럽연합(EU) 등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물에 잠기기 시작한 섬나라 등 개발도상국이 요구한 기후위기 관련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의 구체적인 내용도 들어있지 않다.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해 별도의 기금을 조성할지 아니면 다른 수단을 동원할지에 대한 언급은 물론 이를 위한 시간표도 제시되지 않았다.
천문학적인 액수가 소요될 기금 조성 논의에 여전히 찬반 의견이 팽팽하며, 결론을 내기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보인다.
다만 초안에는 당사국들이 '손실과 피해'에 관한 기금 조율 문제를 처음으로 정상회의 의제에 포함하기로 한 데 대해 환영한다는 언급만 들어있다.
미국과 유럽 등 부자 나라들은 그동안 기후재앙에 따른 '손실과 피해' 보상은 물론 논의 자체를 반대해왔다.
유럽의 기후정책을 조율해온 프란스 티메르만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EU는 새로운 기금 조성을 논의하려고 했지만, 우선 기존에 있는 금융기구를 손질해 손실과 피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우선 탐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나의 기금이 (논의의) 결과가 될 수 있지만, 이미 확정된 결론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티메르만스 부위원장은 "초안의 문구를 가지고 아직 엄청나게 할 일이 많다. 초안은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공통의견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그래서 우리는 계속 논의를 진행할 것이며, 총회가 끝나기 전에 공통된 의견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지난 6일 개막한 COP27은 18일 폐막한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합의를 위해 예정일을 넘겨서까지 협상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다.
주요 의제에 대한 당사국간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막바지 합의 도출을 위해 이날도 분주한 협의가 이어졌다.
최근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 문제 협력 재개가 합의된 가운데, 이날 존 케일 미국 기후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사무 특사가 마주 앉았다.
케리 특사는 면담장을 떠나면서 "진전이 있었다. 계속 논의를 진행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또 이날 영국, EU, 캐나다 대표단은 COP27 의장을 면담하면서 합의문 초안에 대한 견해차를 설명했으며, 협상이 실패하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영국 대표단 대변인이 전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