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 전날 자정까지도 선언문 이견…"세계가 지켜본다"라며 정상들 압박
"신중함과 유머 섞인 조코위 외교가 공동체 의식 가져와"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당초 우려와 달리 G20 정상들이 '발리 정상 선언문(leaders' declaration)'을 채택할 수 있었던 것에는 의장이었던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리더십과 노력 덕분이라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NN 인도네시아, 템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G20 정상회의에 앞서 대표단들은 정상 선언문 초안에 합의한 상황이었다. 초안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히 규탄하고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중국은 러시아를 의식해 전쟁이란 단어 대신 '위기'라는 단어를 쓰자고 주장하거나 G20 선언문에 안보 문제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며 이견을 보였고, 이 때문에 선언문 채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많았다.
이에 조코위 대통령은 자신보다 8살 연상인 시진핑 중국 주석을 '큰 형님'이라 친근하게 호칭하며 선언문을 채택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는 '선배님'이라 예우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되 '대부분의 회원국'이라는 제한적인 표현이 들어가는 절충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발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시 주석에겐 '큰 형님', 바이든 대통령에겐 '선배님'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두 사람에게 친근하게 접근하면서 분위기를 가볍게 할 수 있었고 회의에도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선언문 채택을 놓고 이견이 생기면서 15일 자정까지 논의가 이어졌지만 뛰어난 장관들 덕분에 선언문을 채택할 수 있었다"라고 공을 돌렸다.
조코위 대통령은 올해 G20 의장이 되면서 1년을 G20을 위해 달려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전 세계가 경직되자 직접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찾아 중재를 시도하기도 했다.
서방을 중심으로 러시아를 G20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모든 국가의 합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중립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에선 연설 때마다 "전쟁을 멈춰야 한다"라며 강하게 주장했고, G20 정상들을 향해서는 "전 세계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려 있다. G20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며 구체적인 결과를 제공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무거운 긴장감 속에 회의가 진행되자 오찬을 위해 이동할 때는 정상들을 전동 카트에 태워 직접 운전하거나, 폐막일 오전에는 가벼운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정상들을 이끌고 직접 맹그로브 숲을 안내하는 등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 결과 G20 정상들은 우려를 깨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히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에서 무조건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상 선언문을 채택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자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 대국인 인도네시아가 오랫동안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영향력에 미치지 못하는 평가를 받았지만, G20 정상회의를 통해 이를 바꿔놓았다"라며 "신중함과 유머 섞인 조코위 대통령의 외교가 갈등과 위기로 가득했던 전 세계에 공동체 의식을 가져다줬다"라고 평가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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