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커지는 인도…G20·우크라 전쟁 속 '新 아시아파워' 부각

입력 2022-11-18 13:47  

존재감 커지는 인도…G20·우크라 전쟁 속 '新 아시아파워' 부각
모디 총리 '과거 우크라 발언' G20 선언문에 포함…각 매체 주목
진영 넘나드는 '스펙트럼 외교'…다동맹 전략 통해 위상 강화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미·중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사회의 대립과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인구 대국 인도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지난 16일 막을 내리자 인도 매체와 외신은 공동 선언문 중에 포함된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니어야 한다"(Today's era must not be of war)라는 문구에 주목했다.
이 말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9월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났을 때 공개적으로 한 발언이다.
이 발언이 나온 후 러시아에 우호적이었던 인도가 '거리두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내용의 G20 정상회의 공동 선언의 핵심 문구로 이 발언이 포함된 것이다.
인도 매체 NDTV는 "G20 선언이 모디 총리의 메시지로 메아리쳤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은 "러시아에 대한 G20의 비판은 중국이 아닌 새로운 아시아 파워의 상승을 보여준다"며 국제무대에서 커지는 인도의 역할에 주목했다.
비나이 모한 크와트라 인도 외교부 차관도 "(모디) 총리의 메시지는 (각국) 모든 대표단에 매우 깊게 울려 퍼졌다"며 "다른 집단 간의 간극을 메우는 데도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여러 물밑 역할을 통해 협상 중재국으로 주목받아 왔다.
뉴욕타임스(NY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유엔과 튀르키예(터키)가 러시아·우크라이나와 흑해 곡물 운송 협상을 타결시켰을 때 인도가 중요한 막후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포격하면서 핵재앙 위기가 고조됐을 때도 인도는 러시아에 후퇴를 요구했다.
최근에는 S. 자이샨카르 외교부 장관이 러시아를 방문, 중재 역할을 이어가기도 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사안뿐 아니라 다른 여러 국제 현안과 관련해서도 최근 거침없이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중국 견제' 목적이 강한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의 일원인 인도는 지난 5월 미국이 주도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동시에 인도는 중국과 러시아가 영향력 확대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브릭스(BRICS), SCO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쿼드 회원국 간 군사훈련 '말라바르'는 물론 러시아가 주도하고 중국이 가세한 다국적 군사훈련 '보스토크(동방)-2022' 훈련에도 참여했다.
인도는 이처럼 미국 등 서방과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러시아·중국과의 관계에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 와중에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리기도 했다.
그야말로 진영을 넘나드는 스펙트럼을 과시한 셈이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 노선을 견지한 것으로 유명한 나라다.
미국과 구소련이 주도하던 냉전 시대에 어느 진영에도 속하기를 거부한 채 제3세계 국가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이제는 인도가 국익과 실용주의를 앞세워 비동맹 노선이 아닌 다자동맹'(multi-alignment), '전부동맹'(all-alignment) 외교를 통해 체급을 한껏 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킹스칼리지 런던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하르시 V. 판트도 CNN방송에 인도는 모두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몇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인도의 무게감은 내년 G20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인도는 내년 9월 9∼10일 수도 뉴델리에서 차기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모디 총리는 지난 16일 올해 G20 정상회의 폐막식에서 "세계는 희망을 품고 G20을 바라보고 있다"며 이에 인도는 폭넓고 야심 차며 결단력 있게 의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 국제무대 위상 강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인도 자와할랄 네루대의 외교·군축 분야 부교수인 하피몬 자코브는 CNN방송에 "세계가 재생에너지와 인플레이션에 크게 초점을 맞추는 상황에서 인도가 G20 의장국 지위를 넘겨 받았다"며 인도는 이제 남아시아는 물론 이를 뛰어 넘은 지역에까지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핵심 국가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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