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집중하다 실적 부진·감원 후 메신저 중심으로 선회 조짐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에 '올인'해온 마크 저커버그 메타 플랫폼 최고경영자(CEO)가 왓츠앱 등 메신저 사업이 메타버스보다 더 빨리 매출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밝히면서 전략 수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저커버그는 직원 1만1천명 감원 발표 이후 처음 열린 전 직원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메타는 최근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1만1천명 이상을 해고했다. 또 지난 3분기 메타의 비용 지출은 전년 동기보다 19%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46% 급감하면서 실적·재무 관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회사의 주력 수익원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달리 왓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는 수익화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우리는 메타버스와 같이 매우 장기적인 기회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왓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 수익화 작업을 진행함에 따라 현실에서는 업무용 메신저 사업이 우리 사업의 다음 주요 기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는 이날 브라질에서 결제 기능을 포함한 업무용 메신저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저커버그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해 실감형 메타버스를 구축하겠다는 장기적 목표를 밝힌 후 그동안 가상현실(VR) 헤드셋 등 메타버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투자에 집중해왔던 것에서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저커버그는 사명을 메타로 바꾸면서 앞으로 1년간 메타버스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인력을 채용하는 데 100억달러(약 13조4천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에만 메타버스에 94억달러(약 12조6천억원)를 쏟아부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는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더 장기적인 노력의 집합"이라며 "결국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 바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페이스북 광고 등 메타의 핵심 광고 사업이 올해 어려움을 겪고 주가가 절반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저커버그의 전략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회의에서 저커버그는 메타버스 투자를 담당하는 조직인 '리얼리티 랩'이 그간 쓴 금액이 적다고 평가했다.
그는 회사가 인건비에 가장 큰 금액을 쓰고 그다음이 자본지출(설비투자)이었는데 대부분 소셜미디어 앱들을 지원하는 인프라에 투자됐다고 설명했다. 리얼리티 랩에는 총예산의 20%가 투입됐다고 말했다.
리얼리티 랩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증강현실(AR)에 썼는데, 저커버그는 이를 통해 AR 안경을 앞으로 몇 년 안에 개발할 수 있을 것이며 2020년대 말에는 훌륭한 AR 안경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리얼리티 랩 예산 중 나머지 40%는 VR, 10%는 미래형 VR 소셜미디어 플랫폼 '호라이즌'에 쓰였다.
저커버그는 AR 안경 개발에 대해 "어떤 면에서는 가장 도전적인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잠재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부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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