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계 미국인 앙헬라 알바레스…"때가 늦었다는 건 결코 없다" 소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올해 라틴 그래미 시상식이 전 세계 라틴팝 팬들에게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남기고 있다.
95세의 가수가 라틴 그래미 역대 최고령 '신인상' 수상자로 이름을 남기게 되면서 소셜미디어에서는 그녀에 대한 찬사와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주요 소셜미디어에는 '앙헬라 알바레스'라는 검색어가 한동안 수위를 차지했다.
쿠바계 미국인인 앙헬라 알바레스는 지난 1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서 열린 23회 라틴 그래미에서 실바나 에스트라다와 함께 최우수 신인상을 거머쥔 장본인이다.
올해 95세인 알바레스는 라틴 그래미 역사상 가장 나이 많은 신인상 수상자다.
미국 연예매체 피플은 그가 과거 수십 년간 나름대로 작곡하며 음악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았다고 소개했다. 다만, 그 곡들은 친구나 가족 등에게만 들려줬다고 한다.
'프로 싱어송라이터' 데뷔를 하지 않은 배경에는 "가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뜻이 있었다.
결혼 후 4명의 자녀를 낳은 알바레스는 쿠바 혁명을 피해 미국에 이민을 가 정착했다. 이곳에서 그는 남편과 외동딸을 암으로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고된 삶 속에서도 기타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알바레스는 90세 때 로스앤젤레스(LA) 아발론 할리우드에서 첫 콘서트를 열었고, 지난해 작곡가 겸 제작자로 활동하는 손자 카를로스 호세 알바레스의 도움 덕분에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붙인 첫 앨범을 발매했다. 그의 나이 94세 때다.
카를로스는 음악 매체 빌보드 지에 "(할머니의 노래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은 '미스 안젤라(앙헬라의 미국식 발음)'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에도 담겼다.
알바레스는 라틴 그래미 신인상 수상 후 눈물을 훔치는 청중 앞에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며 "때가 늦었다고 할 것은 결코 없다"는 소감을 남겼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