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반정부 시위를 상징하는 노래가 한국에 앞서 다른 나라에서 열린 국제 럭비 대회에서도 '홍콩 국가(國歌)'로 잘못 언급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명보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지난 6일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럭비연맹 주최 '럭비 월드컵 2023'에서 홍콩-포르투갈 경기 직전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이 스타디움에 울려 퍼질 때 이를 생중계하던 현지 방송사는 화면에 '홍콩의 국가 글로리 투 홍콩'이라는 잘못된 자막을 내보냈다.
또한 이에 앞서 지난 7월 23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세계럭비연맹 주최 대회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당시 홍콩-통가 팀의 경기에서 중국 국가가 연주될 때 방송 중계 화면에는 '글로리 투 홍콩'이라는 잘못된 자막이 나갔다.
이 같은 사실은 모두 전날 뒤늦게 드러났으며, 홍콩럭비연맹이 이를 확인했다. 럭비는 홍콩 최고 인기 스포츠다.
'글로리 투 홍콩'(Glory to Hong Kong)은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 당시 시위대가 불렀던 노래다. 민주주의와 자유는 물론, 홍콩 시위대의 대표 구호인 '광복 홍콩, 시대 혁명'도 담고 있다. 이 구호는 현재 홍콩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간주된다.
홍콩럭비연맹은 세계럭비연맹이 두 사고와 관련해 방송 제작 스태프의 실수라고 해명하며 사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럭비연맹에 이러한 심각한 실수에 대한 극도의 불만을 재차 표시했고 구체적인 사고 경위와 해명을 요구했다"며 "또한 홍콩 정부와 홍콩인들에 대한 공식 사과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중국 국가 관련 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것을 다시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홍콩 정부가 세계럭비연맹과 아시아럭비연맹에 이러한 불만을 전하는 서한을 보낼 것이며 그들에게 국가 공식 연주 버전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해당 연맹들이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유사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홍콩 입법회(의회) 엘리자베스 쾃 의원은 홍콩 경찰이 최근 사건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3일 한국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세븐스시리즈' 2차 대회 남자부 한국-홍콩 결승전 직전 국가 연주 시간에 '글로리 투 홍콩'이 울려 퍼졌다.
홍콩과 아시아럭비연맹의 항의를 받은 조직위는 국가가 잘못 연주된 것을 인지하고 곧바로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틀었다.
이에 대해 아시아럭비연맹은 "이번 사건은 올바른 국가 대신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노래를 튼 현지 조직위 직원의 단순한 실수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해명했고, 파장이 커지자 이후 한국 측에 홍콩 팀이 사전에 제출한 국가 연주 테이프를 전달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대한럭비협회도 "국가 연주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담당자 착오로 인한 단순 실수로 발생한 것이며 그 어떠한 의도가 없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유튜브, 구글 등 인터넷에서 '홍콩 국가'를 검색하면 '글로리 투 홍콩'이 가장 많이 노출된다.
그러나 주최 측의 이러한 해명에도 홍콩에서는 논란이 크게 일었다.
홍콩 정부는 주홍콩 한국총영사를 불러 항의했고 경찰에 해당 사건과 관련해 국가(國歌)법과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친중 정치인들은 해당 사고가 단순 실수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음모가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 장관은 앞서 "'글로리 투 홍콩'은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고 2019년 시위 기간 '검은 폭력', '독립 세력'과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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