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 10여차례 떨어져…IAEA "원전 안전 직결된 시설 파손은 없는 듯"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 속에 잇따른 포격 피해로 방사능 안전 우려가 고조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에 20일(현지시간) 또 10여발의 포탄이 떨어졌다.
이번 포격이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며 양국은 공격 주체를 놓고 상대의 소행이라며 맞서고 있다.
러시아 원전 운영사인 로스에네르고아톰은 이날 자포리자 원전 내 사용후 핵연료 보관 건물 근처 등지에 포탄 15발이 떨어졌다고 발표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스에네르고아톰은 이번 포격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며 포탄이 떨어진 후 방사성 물질이 유출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포리자 원전을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에너지업체 에네르고아톰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군이 이날 아침 자포리자 원전을 포격했다고 밝혔다.
에네르고아톰은 "원전 기반 시설에 최소 12번의 포격이 있었다"면서 "손상된 시설·장비들은 재가동을 준비 중인 원자로 5·6기와 관련된 것으로, 우크라이나가 전력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포리자 원전에 상주 인력을 배치해 안전 상황을 감시 중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포격 사실을 확인했다.
IAEA는 이날 성명에서 "현지에 파견된 (IAEA의) 전문가들로부터 오늘 오전 12건 이상의 폭발음이 들렸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원전 상황을 계속 점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IAEA는 "포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었고, 일부 건물과 장비가 파손됐지만 원전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기에 문제가 발생한 건 없다"고 설명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폭발이 또 일어났다"면서 "포격의 배후에 누가 있든 즉시 중단해야 한다. 당신들은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이번 공습을 비판했다.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군이 점령 중이지만 우크라이나 직원들이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 속에 포격 피해가 잇따르면서 방사능 유출 등 안전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돼 왔다.
IAEA는 자포리자 원전 일대를 비무장 안전 구역으로 설정해 안전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러시아·우크라이나에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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