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시아 T-렉스 화석 경매 취소…복제뼈 사용 등으로 논란

첫 아시아 T-렉스 화석 경매 취소…복제뼈 사용 등으로 논란
크리스티, 열흘 전 취소 결정…다른 T-렉스 복제 두개골 사용 숨겨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아시아 최초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렉스) 화석 경매가 논란 끝에 전격 취소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매사 크리스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위탁자와 상의한 끝에 11월30일 홍콩에서 열릴 예정이던 경매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경매 위탁자는 공공 전시를 위해 화석 견본을 박물관에 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크리스티는 '셴'이라는 이름의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견본을 열흘 뒤 경매에 부칠 예정이었다.
추정 가격 1천500만∼2천500만달러(약 201억5천만∼335억8천만원)로 "박물관 전시 기준에 부합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견본"이라고 크리스티 측은 광고해왔다.
경매 취소 이유에 관해 크리스티 측은 "추가 연구를 통해 얻는 혜택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셴' 화석 경매를 앞두고 얼마나 많은 복제뼈를 사용했는지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된 상황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의 화석 전문 회사 블랙힐스 지질학연구소는 크리스티가 지난 2020년 경매에서 3천180만달러에 판매한 또 다른 T-렉스 화석 '스탠'과 이번에 판매하는 '셴'의 두개골이 유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피터 라슨 블랙힐스 소장은 NYT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왼쪽 아래턱뼈에 있는 구멍 등을 근거로 '셴'과 '스탠'의 두개골이 유사하다는 점을 알아차렸다고 설명했다. 블랙힐스는 지난 1992년 시작된 '스탠'의 발굴 작업에 참여해 이 공룡 화석의 특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블랙힐스에서 개당 12만달러에 판매하는 '스탠'의 폴리우레탄 골격 주형을 '셴'의 소유주가 구입해 복제뼈를 생산, '셴'의 전체 골격을 완성하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라슨 소장은 추정했다.
라슨 소장은 "그들은 다른 공룡(의 화석)을 팔기 위해 '스탠'을 이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 후 크리스티는 온라인 경매 자료 설명을 수정해 '스탠'의 복제뼈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추가했다.
크리스티가 '셴'의 화석 견본 중 진짜 뼈가 차지하는 비중을 모호하게 설명한 부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크리스티는 홍보 자료에서 '셴'이 "골밀도를 기준으로 54%가 진짜"라고 밝혔으나, 골밀도를 기준으로 설명한 것은 대중을 오도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T-렉스의 뼈는 총 300∼380개 정도로 추정되는데 '셴'의 진짜 뼈는 79개에 불과하다. 반면 '스탠'의 진짜 뼈는 190개였고, 경매를 거쳐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수'의 진짜 뼈는 250개였다.
마거릿 루이스 척추고생물학회 회장은 "골밀도는 아무런 과학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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