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1명, 모두 달아나는데 홀로 범인에게 달려들어…다른 1명도 도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최소 30명의 사상자를 낸 미국 성소수자 클럽 총격 사건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범인을 제압한 의인(義人)들이 있었던 사실이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자정 직전 미국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의 한 성소수자 클럽에서 22세 남성 앤더슨 리 올드리치가 손님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그는 방탄복을 입고 돌격소총, 권총 등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올드리치는 클럽에 있던 손님 두 명과 몸싸움을 벌이다 제압된 상태였다.
존 서더스 콜로라도스프링스 시장은 한 남성이 올드리치에게서 권총을 빼앗았고, 이 권총으로 그를 때려 제압한 뒤 경찰이 올 때까지 몸을 고정해 움직이지 못 하게 했다고 말했다.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인한 클럽 측은 "한 손님이 총격범을 쓰러뜨리자, 다른 한 명이 돕고 나섰다"면서 "그는 수십 명의 생명을 구했다. 모두가 달아날 때 그(총격범)를 향해 달려갔다"고 말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올드리치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총기 두 정을 확보하고, 올드리치가 무기를 입수하게 된 경로 등을 조사하고 있다.
콜로라도스프링스 경찰국의 에이드리언 바스케스 국장은 올드리치가 경찰조사에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드리치는 범행 당시에도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까닭에 범행동기가 확인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더스 시장은 이번 사건이 "증오범죄의 모든 외적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범행의 배경이 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올드리치가 총기를 난사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제압까지는 채 1분이 걸리지 않았지만, 현장에선 최소 5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참사는 미국에서 성소수자를 겨냥한 공격 중 49명이 사망한 2016년 플로리다 올랜도 게이 나이트클럽 총격사건 이후 가장 피해가 큰 사건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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