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협약 갈등으로 2월부터 파행…연방주의자 DUP 연정 거부
내각 구성 기한 연장…계속 안하면 재선거 해야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정부가 북아일랜드 의회에 내각을 계속 구성하지 않으면 급여를 4분의 1 이상 삭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정부는 21일(현지시간) 이와같은 내용의 북아일랜드 정부구성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 따르면 영국 정부의 북아일랜드장관은 북아일랜드 의회가 운영되지 않을 경우 의원들의 급여를 깎을 권한을 갖는다.
실행이 된다면 의원 급여가 5만1천500파운드(8천283만원)에서 1만4천파운드(27%·2천252만원)가 삭감된다.
동시에 북아일랜드 의회에 내각을 구성할 기회를 주기 위해 기한이 연장된다.
북아일랜드 의회 내각 구성 기한은 당초 10월 28일로 이미 지났지만 12월 8일까지로 6주 미뤄진다.
만약 그때까지도 내각 구성이 안되면 영국 정부는 내년 1월 중순부터 3월 사이에 북아일랜드 지방 선거를 다시 하거나 기한을 1월 19일까지로 6주 더 연장할 수 있다.
추가 연장했는데도 해결이 안되면 내년 4월 13일 전에 선거를 해야 한다.
지금은 선거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상황이 아니므로 일단 더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분간 공무원이 제한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크리스 히턴 해리스 북아일랜드 장관은 "현재로선 북아일랜드 의회 의원들이 임무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급여를 깎는 절차를 밟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북아일랜드 정당들이 기한 연장으로 시간을 벌었으니 북아일랜드 주민들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북아일랜드에선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이 북아일랜드 협약에 반발하며 연정을 거부하면서 올해 2월부터 내각 구성이 안되고 있다.
1998년에 체결된 벨파스트 평화협정(성금요일 협정)에서는 친 영국 정당과 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이 연정을 하도록 했다.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이 처음으로 다수당이 됐지만 DUP는 여전히 연정을 거부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의 일환인 북아일랜드 협약으로 영국 본토섬과 북아일랜드 사이에 선이 그어지자 연방주의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북아일랜드 협약에 따르면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아일랜드는 영국 영토이지만 EU 단일시장에 남아 EU 규제를 따른다. 이에 따라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건너가는 상품에는 통관 및 검역 절차가 적용된다.
영국은 북아일랜드 협약을 손보자고 주장하는 반면 EU는 약속을 지키라고 맞서면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동안 평행선을 치닫던 양측이 최근 다시 머리를 맞대긴 했지만 여전히 결론이 쉽게 나올 분위기는 아니다.
지난달 취임한 리시 수낵 총리가 EU와 관계 개선을 위해 고심하고 있고 브렉시트를 후회하는 여론도 늘었지만 보수당 내 강경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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