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경영' 앞세워 3주만에 임직원 7천400명→2천700명으로 감축
21일 영업직 해고 후 "추가 정리해고 계획은 지금으로서는 없다" 밝혀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트위터의 경영권을 쥔 일론 머스크가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나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엑스 때와 똑같은 수법으로 '위기경영'을 펴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머스크는 지난 4일 기존 임직원의 절반인 3천700명을 정리해고한 데 이어, 지난 10일 임직원들과의 전화회의에서 회사의 자금사정이 어렵다며 파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13일 밤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트위터 본부 사옥에서 일하면서 잠도 거기서 자고 있다. 그는 "조직이 고쳐질 때까지"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14일 트윗으로 밝혔다.
머스크는 16일에는 " '트위터 2.0'에서 일하려는 사람은 '하드코어'로 일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며, 트위터에서 계속 일하려는 임직원에게 이에 동의하는 서약서를 제출토록 요구했다. 이에 불응해 추가로 정리해고된 인원은 1천10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런 머스크의 행보가 2018년 모델 3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테슬라에서 했던 것과 똑같은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당시에도 머스크는 주당 120시간 일한다며 잠을 사무실에서 잤고, 임직원들을 마음대로 해고하면서 회사가 파산 일보직전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당시 NYT에 "무척 고통스러웠다"며 "사나흘간 공장을 떠나지 않고 바깥에 나가지 않은 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전세계 금융위기 와중인 2008년 12월 테슬라가 파산 직전까지 갔다며 당시 사재를 남김없이 털어넣고 다임러에서 5천만 달러의 투자를 막판에 유치하는 데 성공해 간신히 위기를 면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는 스페이스엑스에 대해서도 심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회사가 파산할 수도 있다고 작년에 트윗으로 말한 바 있다.
스페이스엑스와 테슬라 모두 초기에 기업가치가 '0달러'가 될 확률, 즉 아예 망할 확률이 90%가 넘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머스크는 이런 '위기경영' 경험을 교본 삼아 지난달 말 트위터를 440억 달러(60조 원)에 인수한 후 트위터에서 '위기를 만들어냈다'고 NYT는 평가했다.
머스크는 충격요법과 위기의식 고취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업무에 모든 에너지를 바치도록 요구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가족과 친구를 제쳐 두고 머스크가 세운 비전에 헌신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법이 머스크가 스타트업으로 차린 테슬라나 스페이스엑스에서는 통했을지 몰라도,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상태에서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에서도 통할 것인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테슬라에서는 '화석연료 차를 대체할 친환경 차를 만든다', 스페이스엑스에서는 '인간을 우주로 보낸다'는 뚜렷한 대의명분이 있기 때문에 많은 임직원들이 이에 헌신하겠다는 마음을 품었지만, 트위터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태미 매디슨 샌타클래라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에서는 '고위험, 고보상' 방침이 통했으나 트위터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트위터는 고위험인데, '그래서 받는 보상이 뭐냐'는 물음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런 '위기경영' 기조 아래 약 7천500명이던 임직원을 21일 오후 기준으로 약 2천700명으로 줄였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21일 영업 부문을 중심으로 정리해고를 또 했다.
다만 머스크는 이날 임직원 회의에서 지금으로서는 추가 정리해고 계획이 없고 앞으로 엔지니어와 광고 영업 직원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은 있다고 밝히면서 "소프트웨어를 잘 작성하는 사람들이 최고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직후 홍보·마케팅·사무직 등은 거의 모두 해고했고, 기존 영업직 임직원들도 대부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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