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가 화산폭발로 올림픽수영장 260만개 규모 물질 이동"

입력 2022-11-22 11:28  

"통가 화산폭발로 올림픽수영장 260만개 규모 물질 이동"
뉴질랜드 연구진 "현대적 기기로 측정한 분화 중 사상 최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올해 초 태평양 연안에 광범위한 쓰나미를 초래한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의 해저화산 폭발이 현대적 기기로 측정된 화산 분화 사례 중 사상 최대 규모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ABC 뉴스와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뉴질랜드 국립 수자원대기연구소(NIWA) 소속 연구진은 무인탐사선을 이용해 '훙가 통가-훙가 하파이' 화산 주변 해저지형도를 작성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올해 1월 15일 발생한 해당 분화로 옮겨진 물질의 양이 9.5∼10입방 킬로미터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이집트 피라미드 4천개 또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260만 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중 3분의 2가량은 분화구에서 뿜어져 나온 화산재와 바위였다. 나머지는 폭발로 날아간 화산 상부와 옆면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훙가 통가-훙가 하파이 화산의 분화구 높이는 폭발 이전보다 700m 낮은 상태라고 연구진은 전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NIWA 소속 해양 지질학자 케빈 맥케이 박사는 "하늘을 향해 산탄총을 쏘는 걸 연상하면 된다"면서 "일부 물질은 성층권을 넘어 중간권까지 (57㎞나) 올라갔는데 이건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분화는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 이후 가장 큰 분화 중 하나이며, 비슷한 규모의 다른 분화들이 있었지만 이런 형태로 진행되진 않았다"면서 "해저화산이란 점이 그렇게 큰 쓰나미가 생긴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훙가 통가-훙가 하파이 화산에서 고열의 화산재와 유독가스 등이 거세게 주변으로 흘러가는 현상인 화산쇄설류(pyroclastic flow)가 발생했으며, 화산쇄설류가 미친 범위가 최장 80㎞에 이른다는 점도 밝혀냈다.
해저에서 화산쇄설류가 발생할 경우 수증기가 일종의 완충재 역할을 해 마찰을 최소화하는 까닭에 쇄설물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맥케이 박사는 "화산쇄설류가 지난 곳에는 지금도 살아있는 것이 전혀 없다"면서 "하지만 놀랍게도 이런 흐름을 피할 수 있는 화산 가장자리 바로 밑에선 해면 같은 생명체가 발견된다. 이들은 총알을 피한 셈"이라고 말했다.
통가의 수도 누쿠알로파에서 약 65㎞ 떨어진 해저에 위치한 훙가 통가-훙가 하파이 화산은 올해 1월 15일 약 8분간 분화했다.
인공위성 영상으로도 선명히 잡힌 거대한 폭발의 여파로 통가 일대는 최고 15m 높이의 해일에 휩쓸렸으며, 태평양은 물론 대서양과 지중해 일대에서도 파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관측됐다.
인명피해는 통가 주민 4명과 페루에서 쓰나미에 휩쓸린 2명 등 6명에 그쳤으나, 전문가들은 분화 규모를 고려할 때 훨씬 큰 피해가 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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