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벽돌·석조' 획일적 외형 탈피, 특산물·역사 등 지역특색 살려 디자인
5년간 재건축에 자체조달 9천억 투입…복지 사각지대에 '복지등기 서비스' 확대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시설이 노후한 우체국 400여 곳이 지역 특색에 맞게 새롭게 재탄생한다.
사과 주산지 강원도 영월에는 건물 외벽에 사과를 형상화한 '사과 우체국'이, 경북 경주에는 한옥 우체국이 들어서고 도심 번화가에는 상업시설과 어우러진 카페형 우체국이 생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전국 400여 우체국을 재건축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빨간 벽돌 등을 사용한 획일적인 외관을 탈피해 지역 명소로서 도시 재생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재건축된 우체국에는 창업 지원 시설과 주민 복지시설 등을 갖출 예정이다.
우체국 외관 디자인은 1990년대 적벽돌, 2000년대 금속 패널, 2010년대부터 최근까지 석재가 통일적으로 쓰이며 정형적인 관공서 이미지가 강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우정사업본부는 7월 외부 전문가가 모인 '우체국 건물 디자인 개선 자문단'을 구성해 지역 특성을 담고 이용자 만족을 높이는 디자인을 논의 중이다.
세종대왕릉이 있는 여주 우체국에는 한글 자음·모음 형태를 건물 창문, 손잡이 등에 적용하고, 서핑의 성지인 양양 현남 우체국 외관에는 서프보드를 형상화하는 식이다.
재건축은 농·어촌지역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우선 내년 50여 곳 재건축에 1천억 원 예산이 투입된다.
5년 동안 투입될 우체국 재건축 총예산은 9천억 원으로 우정사업본부는 예상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재건축 재원을 우체국 예금사업 운영을 통해 확보된 이익금 등을 활용해 세금 투입 없이 전액 자체 조달한다고 설명했다.
전체 우체국 3천400여 개 가운데 별정우체국이나 우편취급국 등을 제외하고 우정사업본부가 직접 건물을 소유한 우체국은 1천900여 개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35년 이상 노후 건물 중 시설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 곳을 제외한 400여 개가 이번 재건축 대상으로 추려졌다.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은 "지역 특색에 맞는 우체국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좀 더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갈 계획"이라며 "무엇보다 노후 우체국 개선으로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우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1천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 투입으로 침체한 지역 경기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우정사업본부는 이른바 '수원 세 모녀 사건' 등으로 대표되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할 목적으로 '복지 등기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지방자치단체가 위기가구라고 판단한 가구에 복지 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등기 우편물을 보내면 집배원이 단순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해당 가구의 주거 환경이나 생활 실태 등을 살펴 지자체에 피드백을 주는 사업이다. 집배원은 지자체 명예사회복지사로 지정된다.
올해 7월부터 부산 영도구에서 시작해 서울 서대문구 등 8개 지자체에서 복지 등기 1천100여 건을 전달했다.
등기를 받은 가구 중 136가구는 지자체에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민간 복지시설 연계 등 다른 복지 서비스로 연결됐다.
우정사업본부는 "복지 등기 서비스 시범 사업 결과 보건복지부 등에서도 성과가 있다고 판단해 내년부터 전국 확대를 목표로 재원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집배원 인력을 활용한 폐의약품 수거 등 역시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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