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미콜라이우 주지사 "킨부른 반도 서부 탈환 임박"
러 방어선, 우크라 포병 사정권 들 듯…크림반도 사수 '빨간불'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에 빼앗겼던 남부 핵심도시 헤르손을 탈환한 우크라이나군이 여세를 몰아 '마지막 경계선'으로 꼽히는 드니프로강 건너편에서도 교두보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주(州) 군정 책임자인 비탈리 킴 주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드니프로강 하구 킨부른 반도 서부 지역을 대부분 점령했다고 말했다.
킨부른 반도는 미콜라이우 주정부가 관할하는 서부와 헤르손주(州) 권역인 동부로 나뉘는데 이중 미콜라이우주 영역을 거의 모두 되찾았다는 것이다.
킴 주지사는 "우리는 이 지역 전체에 대한 통제를 회복하고 있다. 킨부른 사취(砂嘴·모래톱)에 남은 3개 정착지만 탈환하면 공식적으로 이곳은 더는 전쟁지역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우크라이나군 당국이 킨부른 반도에서 '군사작전'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직후 나왔다.
현지에서는 지난주부터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가 드니프로강 도하에 성공해 킨부른 반도에 상륙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를 공식 인정한 것이다.
나탈리아 구메니우크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 대변인은 "그곳에서의 결과가 나오는대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드니프로강과 흑해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킨부른 반도는 드니프로강을 통한 수상교통을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며, 헤르손에서 후퇴한 러시아군이 방어선을 구축한 드니프로강 동안과 육로로 수십㎞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킨부른 반도 일대 습지와 주변 섬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기 위해 전투를 벌이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킨부른 반도를 확보하는지에 따라 전쟁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부 해안을 따라 서쪽으로 진격하던 러시아군은 올해 6월 킨부른 반도를 점령했으나, 이후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반격이 이어지면서 수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결국 러시아군은 이달 8일 헤르손시를 포기하고 드니프로강 동안으로 철수했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킨부른 반도에 대한 통제권만큼은 결사적으로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미콜라이우와 헤르손 등 드니프로강에 위치한 주요 항구도시와 흑해를 잇는 항로를 통제할 수 있는 위치인데다, 2014년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우크라이나군이 킨부른 반도를 탈환한다면 크림반도 북쪽의 러시아군 보급로와 드니프로강 동안의 러시아군 방어선 측면을 포격 사정권에 넣게 된다.
여태껏 러시아군은 킨부른 반도에 미사일 발사대를 배치하고 서쪽으로 40마일(약 64㎞) 떨어진 우크라이나 남부 최대도시 오데사를 폭격해 왔지만, 앞으로는 반대 입장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케임브리지 대학 소속 우크라이나 전문가인 로리 피닌 교수는 "이 모래로 뒤덮인 특정 영역은 드니프로강과 남부크강의 관문이자 흑해로의 출입구인 까닭에 극도로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킨부른 반도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는 건 헤르손 철수가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력을 '크게 불안정하게 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최근 수일간 러시아군이 킨부른 반도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를 격퇴했다고 주장해 왔다고 NYT는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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