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보다 200만t 많아…제재 탓에 원유 등 운송로로 적극 활용
북극권 영향력 확대 위해 신형 핵추진 쇄빙선 2척 추가 투입 예정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러시아가 해상 물류 통로로 개척 중인 북극해(NSR) 항로에서 올해 화물 운송량이 당초 예상치보다 200만t 많은 3천400만t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타스·AF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의 알렉세이 리하체프 대표는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발틱 조선소에서 열린 신형 핵 추진 쇄빙선 '야쿠티야' 진수식과 쌍둥이 쇄빙선인 '우랄'의 국기 게양식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2035년까지 북극해 항로를 따라 운송되는 화물량은 2억t을 초과하고 전반적인 거시경제 효과는 33조 루블(736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13조 루블(290조 원) 이상의 세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오랜 시간 개발에 공을 들여온 북극해 항로는 북극권 카르스키예 해협에서 추코트카 자치구의 프로비데니야만까지 약 5천600㎞에 이른다.
러시아는 1978년 5월에 북극해 항로에 쇄빙선 2척을 투입해 정기적인 화물 운송을 시작했다. 이 항로가 국제노선으로 개방된 시점은 1991년으로 알려졌다.
1998년 140만t에 불과하던 북극해 항로 운송량은 해마다 늘어 작년에는 3천만t 이상으로 증가했다.
북극해 항로 운송 품목 대부분은 원유·석유제품,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과 같은 에너지 자원이다.
북부 시베리아 지역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등을 다량으로 생산하는 러시아는 북극해 항로를 성공적으로 개척하면 기존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등지로 공급망을 확충할 기회를 얻는다.
또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기존 항로보다 북극해 항로를 활용하면 아시아 등을 오가는 일반화물 운송 기간도 상당히 단축할 수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 제재가 가해지자 원유·천연가스 수출을 아시아 등으로 확대하기 위해 극동으로 향하는 북극해 항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북극해 항로 개발을 위해 향후 10여 년 동안 1조8천억 루블(40조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35년까지 북극해 항로 구간에 LNG 터미널과 석유 선적 터미널 등을 지을 계획이다.
혹한으로 바다가 두껍게 얼어붙는 까닭에 러시아는 이 항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쇄빙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북극해 항로를 따라 항해가 가능한 기간은 1년에 5∼7개월 정도며, 러시아는 단계적으로 이 기간을 8∼10개월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지난해까지 이곳에 '북극'(Arctic), '시베리아'(Siberia) 등 핵 추진 쇄빙선 6척을 투입했다.
조만간 추가 투입할 신형 핵 추진 쇄빙선 우랄과 야쿠티야 역시 극한의 날씨 조건에 견디도록 설계됐다.
선박 전체 길이와 넓이는 각각 173.3m와 34m이며, 전체 높이는 52m에 이른다. 최대 배수량 3만3천540t이다.
또 최대 2.8m 두께의 얼음을 부수며 1.5∼2노트(2.8∼3.8㎞/h) 속도로 항해할 수 있다.
2019년 건조를 완료한 우랄은 오는 12월 북극해 항로에 투입되며, 야쿠티야는 2024년 말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이날 화상으로 행사에 참여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쇄빙선들은 러시아를 위한 중요한 전략이자 북극권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다지기 위한 노력의 일부"라고 밝혔다.
이어 서방 제재로 어려움에 부닥친 상황이지만 자국 장비와 부품을 사용해 핵 추진 쇄빙선 성능 향상에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북극해 항로를 통해 러시아는 수출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고, 동남아시아로 가는 효과적인 물류 경로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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