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노벨문학상을 받은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의 가짜 서명을 담아 한정본을 판매한 미국의 대형 출판사가 팬들의 항의에 고개를 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재시간) 100년 역사를 지닌 대형 출판사 사이먼앤드슈스터가 성명을 통해 딜런의 저서 '더 필로소피 오브 모던 송'의 한정판에 담긴 서명이 진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환불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딜런이 프랭크 시내트라의 '스트레인저스 인 더 나이트'와 더 후의 '마이 제너레이션' 등 65곡의 대중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 내려간 이 책은 지난달 발간돼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책을 출판한 사이먼앤드슈스터는 초판과는 별개로 딜런의 서명을 담은 900권의 한정본을 제작한 뒤 600달러(약 81만 원)의 가격표를 붙여 판매했다.
딜런의 서명이 각종 경매에서 1천500~2천 달러에 거래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비싸지 않은 가격에 판매된 셈이다.
문제는 한정본의 담긴 딜런의 서명이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는 구매자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서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고, 결국 딜런이 직접 서명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유명인들의 서명 감별 전문가인 저스틴 스테프먼은 한정본 17권의 서명 이미지를 비교한 끝에 딜런의 서명이 기계로 쓰인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백악관을 포함해 미국의 각종 기관·단체나 유명인들이 서명이 들어간 서류를 대규모로 작성할 때 사용하는 '오토펜'이라는 기구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정본 구매자들의 문의에 대해 출판사는 당초 "온라인에 떠도는 가짜 소문"이라고 일축했지만, 트위터나 온라인커뮤니티에까지 논란이 확산하자 결국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사이먼앤드슈스터는 서명이 진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서명이 복사된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한편 한정본을 구매한 팬들은 이번 소동이 딜런과 무관하고, 출판사의 잘못된 마케팅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작권 판매로 수천억 원을 벌은 딜런이 가짜 서명으로 팬들을 속이면서까지 한정판을 판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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