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바뀐 줄 모르는 편의점 고객 "봉투달라" 요구…점포마다 제각각 대응
서울시내 편의점에 재고 남아…생분해봉투 지침도 갑자기 변경돼 혼선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오지은 기자 = "지금 드리는 봉투는 어제까지 쓰다 남은 겁니다. 내년엔 팔고 싶어도 못 팔아요"(마포구 성산동 편의점주)
"법이 바뀌어서 비닐봉지 못 팔아요. 재사용봉투에만 담아갈 수 있어요."(합정동 편의점 직원)
편의점에서 물품을 담는 일회용 비닐봉지 판매가 금지된 첫날인 24일 오전 기자가 둘러본 서울지역 편의점 10곳 중 7곳은 일회용 비닐봉지를 판매했다.
방문한 10곳 편의점 모두 계산대 근처에 비닐봉지 판매 금지 관련 안내문을 비치했지만, 소비자가 일회용 비닐봉지를 요구할 경우 응대방식은 제각각이었다.
마포구 성산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소비자가 비닐봉지를 요구할 경우 예전처럼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계산대 안쪽에 수북이 쌓여있는 일회용 비닐봉지 묶음을 가리키며 "이전까지 쓰던 검은색 일반봉투가 많이 남았다"며 "아직 포스기(출납기)에서도 일회용 비닐봉지 20원 항목을 선택할 수 있어 적어도 지금 있는 재고는 소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김씨는 "올해까지는 계도기간이라 판매할 수 있지만, 내년부턴 팔고 싶어도 못 판다고 손님들한테 안내한다"고 강조했다.
서대문구의 한 편의점에서는 한 남성이 음료 2병을 구매한 뒤 담아갈 봉투를 달라고 하자 직원이 일회용 비닐봉지를 포스기로 입력해 판매했다.
카드단말기 옆에 비닐봉지 판매 금지 관련 안내문을 부착했지만, 현재는 계도기간임을 알리는 등의 추가 설명이 없었고 재사용봉투나 생분해·종이봉투를 사도록 안내하지도 않았다.
일회용 비닐봉지를 판매하지 않은 세 곳은 재사용봉투(쓰레기종량제봉투)나 생분해봉투, 종이봉투 등을 사도록 안내했다.
마포구 합정동의 한 편의점에서는 한 남성이 "비닐봉지를 달라"고 하자 직원이 "법이 바뀌어서 봉투를 못 판다"며 "재사용봉투만 구매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 편의점은 계산대 앞쪽에 '일회용 비닐봉지 판매·제공 시 매장이 과태료 300만원을 문다'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다량의 재사용봉투를 계산대 근처에 구비하고 있었다.
서대문구의 한 편의점에선 재사용봉투를 비롯해 생분해·종이봉투를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구매하도록 권유했다.
해당 편의점을 운영하는 서모(36)씨는 "20L 기준 종량제봉투는 490원가량인데 생분해 플라스틱 봉투는 100원대, 종이봉투는 200원대라 손님들한테 전부 말씀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환경부는 생분해 플라스틱 봉투 사용도 금지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1일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가이드라인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생분해 봉투는 2024년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서씨는 "정부 지침이 오락가락해 생분해 플라스틱 봉투 발주를 중단했다가 최근 다시 발주를 넣었다"고 말했다.
편의점 가맹본사들은 지난 10월부터 가맹점에 비닐봉지 발주를 제한하는 등 이번 조처 시행에 대비했지만 잔여재고 소진, 생분해봉투 지침 변경 등으로 현장에 혼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포스기 내 (메뉴를)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생분해·종이봉투 등으로 업데이트하고 일부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해 계도기간 내 생분해봉투 발주는 가능하게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부터 식당, 카페에서도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급식 업체들은 매장에서 다회용컵을 줄이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준비해왔다.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에 대비해 종이빨대를 도입했고 아이스크림도 다회용컵에 제공한다. 스타벅스코리아도 앞서 매장에서 다회용컵을 제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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