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대형 코인거래소 FTX의 붕괴 여파가 가상화폐업계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 사태가 전체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2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가상화폐 업체들이 서로 깊게 연관돼있지만, 은행과 같은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이 이들의 주요 채권자가 아니며 중요한 접점도 없다는 것이다.
최근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FTX의 파산 여파가 다른 거래소뿐 아니라 가상화폐 대부업체들로까지 퍼지면서 제네시스 트레이딩과 블록파이 등이 파산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정부채권이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업 대출, 파생상품과는 달리 실물 경제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통적인 금융업계는 가상화폐 업계와 연결고리를 만들 유인이 없었다.
게다가 돈의 흐름이 추적 불가능해야 하는 돈세탁이나 랜섬웨어 등을 제외하고는 가상화폐가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물론 은행들도 가상화폐 업계에 대출해주거나 투자를 해서 손해를 보긴 했지만, 주류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 등은 가상화폐 업계에 접근하지 않았다.
그동안 가상화폐는 규제가 없고 익명성이 없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규제 당국이나 은행에 가상화폐를 받아들이라는 압력이 점차 심해지고 있었던 만큼, 몇 년 뒤 이러한 위기가 터졌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WSJ은 예상했다.
FTX 파산에 따른 이번 위기로 앞으로 닥칠 수 있었던 더 큰 위기를 미리 막았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WSJ은 전했다.
이번 사태로 가상화폐가 은행 등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 완전히 받아들여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분석했다.
가상화폐 위기가 미국에서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 은행들이 자체 지폐를 발행했던 '자유 은행 시대'(1837~1863년)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때 제시됐던 해결책이 가상화폐에도 적용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유 은행 시대에는 사기가 만연했고 뱅크런(고객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한꺼번에 인출하는 사태)과 은행의 인출 중단 등이 정기적으로 발생했다. 달러로 화폐를 통일하고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창설하고 예금 보험제도와 포괄적인 규제를 만들면서 이 위기가 해결됐다.
그러나 이 방법이 가상화폐에 그대로 적용되면 가상화폐의 장점인 효율성과 익명성이 상당부분 상쇄될 것이라고 WSJ은 덧붙였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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