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영, 스포츠중재재판소에 FIFA 제소 검토
착용선수 제재 경고에 '선 넘었다' 반발 지속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다양성 존중 의미를 담은 '무지개 완장'을 둘러싼 논란이 법정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독일 빌트,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독일과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무지개 완장을 제재하기로 한 국제축구연맹(FIFA)을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독일축구협회 대변인은 "FIFA가 다양성과 인권의 표현을 금지했다"며 "FIFA는 자세한 설명 없이 스포츠 제재(sporting sanctions) 위협을 가했다"고 밝혔다.
스포츠 제재는 FIFA가 자체 규정에 따라 선수의 지위나 이적을 제한하는 행위를 말한다.
독일축구협회는 FIFA의 이 같은 조치가 합법적인지 따져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도 같은 사유로 무지개 완장에 대한 FIFA의 스포츠 제재에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를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 해리 케인(토트넘)은 다른 6개 협회 대표팀의 주장과 함께 소수자 존중, 차별반대 메시지를 담은 무지개 하트가 담긴 '원러브(Onelove) 완장'을 차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최소 옐로카드를 줄 수 있다는 FIFA의 경고 때문에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축구종가'로서 축구 경기규칙 제정에 관여하는 등 세계 축구계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케인이 무지개 완장을 착용할 수 있을지를 두 달 전 문의했을 때 아무 답변이 없던 FIFA의 입장이 돌변했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FIFA는 무지개 완장 제재가 '정치로부터의 자유'라는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조처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FIFA 규정에는 그런 원칙에 따라 선수 장비에 정치적, 종교적 의미를 내포한 문구나 이미지를 담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 있다.
한국 대표팀의 박종우는 일본과의 2012년 런던 올림픽 축구 준결승전에서 '독도는 우리 땅' 플래카드 때문에 출전정지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이번 무지개 완장 제재가 과도한 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슬람 율법을 강제하며 성소수자를 용인하지 않는 개최지 중동의 입김 때문에 해당 결정이 나왔다고 본다.
카타르에서는 무지개무늬 모자를 압수당한 스포츠팬, 무지개 문양이 들어간 주(州) 정부 깃발 때문에 경찰에 단속을 당한 브라질 기자 등 개최지의 엄격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가 속속 전해진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22일 카타르를 방문해 FIFA가 선을 넘은 게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블링컨 장관은 "어떤 식이든 표현의 자유 억압을 우려한다"며 "특히 그것이 다양성과 포용을 위한 표현일 때 더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축구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가치를 지지하는 것과 경기하는 것 중 양자택일을 하도록 강요해선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럽 축구협회들이 소장 제출을 검토하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경기장 안팎의 체육 분쟁을 불가역적으로 판정하는 스위스 소재 특별법원이다.
CAS는 사안의 시급성에 따라 심리 속도를 조절하는 까닭에 실제로 제소가 이뤄지면 이번 대회 기간에 무지개 완장에 대한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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