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사진에서도 혼자 깜깜한 우크라…복구 나섰지만 지지부진
국제실종자위원회 "우크라이나 전쟁 실종자 수 1만5천명"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전쟁 10개월째에 접어드는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는 암흑천지가 됐다. 러시아군의 집요한 공격에 에너지 기간시설이 제 기능을 잃어버렸고, 일반 가정의 전등은 물론 병원 수술대 조명까지 꺼져버렸다.
우크라이나는 복구에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추가 공격 우려 속에 진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이 이날 입수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우크라이나의 야간 불빛은 주변국보다 훨씬 어두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신은 우크라이나만 유독 어두운 위성사진에 대해 "지구본에 검은 천을 덧댄 듯"하다고 썼다.
러시아는 10월 초부터 거의 한 주에 한 번꼴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간시설을 타격하고 있다.
하루 전인 23일에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70여 발을 발사했다. 우크라이나군이 50여 발을 요격했지만, 미처 막지 못한 미사일이 곳곳에 떨어지면서 최소 11명이 사망했다.
특히 이번 공격으로 흐멜니츠키 원전, 자포리자 원전 등 우크라이나의 모든 원자력발전소가 전력망에서 차단됐다. 이는 우크라이나에서 40년 만의 일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 전체 전력 수요의 약 절반 정도를 원전에 의존할 정도로 원전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이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대부분 지역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유럽 대륙에서 불빛이 전혀 없는 나라가 됐다. 80∼90년 만에 처음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력 차단은 단순히 불편을 초래하는 수준을 넘어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한 의사가 올린 동영상에는 깜깜한 수술실에서 의사들이 헤드 랜턴과 손전등에 의존해 어린이 심장병 환자 수술을 진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영상을 올린 의사는 "러시아의 세계는 이렇게 찾아온다"고 러시아를 비난했다.
또 다른 병원 원장은 "정전이 발생했을 때, 상태가 심각한 환자 수십 명이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다"며 "마취의, 외과의들이 모두를 살리기 위해 헤드 랜턴을 썼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복구에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진척 속도는 느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기, 난방, 통신, 수도 등이 점차 복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구 300만명인 수도 키이우의 비탈리 클리치코 시장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는데 주민 60%가 아직도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발을 굴렀다.
그는 "미사일 폭격이 다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추가 공격을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관리하는 국영 전력회사 우크레네르고는 "최근 공격 이후 복구 작업에 시간이 더 소요되고 있다. 공격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24일 오후 기준으로 우크라 전역에 전력 공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반 가정까지 전력 공급이 재개되는 데에는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크레네르고는 "24일 오후 7시 현재 우크라이나 전력 수요의 50%를 충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흑 속의 주민들은 적응할 길을 찾고 있다. 키이우 곳곳에 당국이 설치한 보호소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추운 몸을 녹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병원 등은 비상용 디젤 발전기 등을 돌려 필요한 전력을 구하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한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국제실종자위원회(ICMP) 키이우 사무소는 만 9개월간 이어진 이번 전쟁의 실종자 수가 1만5천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강제이송 대상자, 러시아 구금자, 이산가족 생존자, 임시 매장지에 묻힌 사망자 등 구체적인 수치는 분명하지 않다고 ICMP는 밝혔다.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ICMP는 국가간 무력충돌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실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의 재정지원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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