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이틀째…철강업계도 이틀째 출하 못해
자동차·조선·석유화학업계 등도 긴장 속 상황 예의주시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이 25일로 이틀째를 맞은 가운데 산업계 피해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전날부터 화물연대 조합원과 비조합원들의 운행 중단으로 출하 차질이 발생한 시멘트업계는 이날 출하 작업 자체가 어려워지는 등 한층 더 악화한 상황에 직면했다. 그 여파로 대규모 건설 현장 레미콘 타설 작업까지 중단되는 등 관련 업계 전반으로 영향이 번지고 있다.
현대제철[004020], 포스코 등 주요 철강업체들도 제품 출하가 막혀 운송 수단 변경 등 대책을 모색 중이다. 석유화학·자동차·조선업계 등도 파업이 장기화하면 손실이 불가피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 시멘트 출하 불가…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은 타설 중단
육상 운송 의존도가 높은 시멘트와 레미콘, 건설업계는 '셧다운' 위기를 맞고 있다.
파업 첫날부터 전국 시멘트 공장에서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운행이 중단돼 출하에 차질을 빚었다. 화물연대 조합원은 물론 상당수의 비조합원 BCT 운송자들도 운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파업 첫날 하루 20만t 출하가 예정돼 있었으나 실제 출하량은 1만t에 미치지 못했고, 이날은 출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리적 충돌은 없지만,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주요 시멘트 공장 정문과 후문에 텐트를 친 채 대기 중이라 출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멘트 가격을 t당 10만원으로 볼 때 총파업이 종료될 때까지 하루 200억원 상당의 물량이 출하되지 못하는 셈이다.
레미콘 업계 상황은 더 급박하다.
파업 전부터 재고 확보에 나섰지만, 시멘트 저장 시설이 있는 오봉역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 운행이 중단되면서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레미콘 업계에서는 이날까지 생산은 가능하지만, 주말을 지나 내주 월요일(28일)부터는 생산 차질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기존에도 시멘트 수급이 어려웠는데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쳤다"며 "오늘 이후 시멘트가 들어오지 못하면 레미콘 생산이 안 되니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건설 공사 현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타설(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붓는 작업)을 앞둔 건설 현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재건축 사업장의 레미콘 타설은 이날 중단됐다.
타설 외 다른 공정은 진행할 예정이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공기가 늘어나는 등 공사 전반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자재를 미리 입고시켜 둔 것으로 다음 주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파업이 그 이상 길어지면 현장 곳곳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 철강업계 이틀째 출하 중단…완성차 '로드 탁송'도 증가
철강업계의 출하도 이틀째 중단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번 파업으로 하루 평균 약 5만t 규모의 출하 차질을 예상하는 가운데 전날 당진, 포항, 인천, 울산 등 전국 공장에서 물량을 내보내지 못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포항 공장의 경우 당장 다음 주부터 야적 공간 부족 등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생산한 철강 제품의 출하 길이 막혔다. 포스코는 철강재 운송과 관련해 대체차량 동원과 해송(선박)·철송(철도)으로 출하 전환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 측은 "현재 제품의 화물차 육로 운송은 전면 중단된 상황"이라며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를 위한 설비 자재의 입출고 운송만이라도 가능하도록 화물연대에 지속해서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완성차업계는 현재까지는 부품 조달이나 완성차량 운송에 큰 차질은 없다면서도 파업이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까지 빚어질 수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전날 현대자동차[005380] 울산공장에서 탁송차량 '카 캐리어' 확보에 어려움이 생겨 직원들이 완성차를 공장에서 지역 출고센터로 직접 옮기는 '로드 탁송'이 시작됐다. 파업 이틀째인 이날에는 현대차와 기아[000270]의 국내 다른 공장까지 로드 탁송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 자동차 업계는 부품 반입에 어려움을 겪어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서 2천571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조선업계는 선박 1척 건조에 1∼2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통상 수개월치 자재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은 큰 영향이 없으나 파업이 장기화하면 운송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운업계도 화물을 평소보다 일찍 항만에 반입하고, 국내 항구 간 이전되는 환적 화물의 경우 터미널 내 트럭을 대체 운송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파업 여파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향후 1주일치 물량은 운송 차질을 피할 수 있으나 파업이 그 이상 이어지면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게 해운업계 전망이다.
◇ 석유화학업계, 파업 장기화 시 가동 중단 우려
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 등 석유화학 업체들은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출하 차질을 막기 위해 파업 시나리오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객사에 빨리 재고를 확보하도록 요청해 재고 출하를 앞당기고, 특히 긴급 화물은 조기에 인도하기 위해 고객사와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원활한 출하가 막혀 재고가 쌓이는 상황에 대비해 공장 안팎에 제품 적재 공간도 확보하고 있다.
파업 2일차인 현재까지는 긴급 물량을 중심으로 대응 가능한 수준으로, 아직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닥칠 수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핵심 시설인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이 중단되는 경우 일평균 3천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한다. 공장 재가동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일평균 출하량은 파업 전 평균(7만4천t)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형 8개사 기준으로 하루 평균 60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해 누적 5천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협회는 파악했다.
업계 관계자는 "더는 재고를 적재할 공간이 없으면 결국 공장 전체를 셧다운 해야 한다"며 "공장 가동 중단 작업도, 재가동 작업도 모두 시간이 오래 걸려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기창 김보경 박초롱 홍국기 김아람 김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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