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한 피해 양상이 가시화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이틀째인 25일 주요 항만과 시멘트·철강 등 업종을 중심으로 물류 차질이 빚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항 화물 터미널은 화물 반출입량이 파업 직전과 비교해 70% 이상 하락했다. 인천항만은 파업 첫날부터 반출입량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감소 폭이 커졌다. 충북 단양·제천 지역 일부 시멘트 업체는 육상 출하가 중단됐고, 포항 지역 일부 철강업체는 물량을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 기지는 파업 첫날부터 반출입량이 평시의 절반 이하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기아 광주공장은 완성차를 운송하는 카캐리어가 운행을 멈춰 하루 2천대 가량 생산되는 물량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에 따른 충격이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무기한 집단운송 거부 사태가 장기화의 늪으로 빠져드는 게 아닌지 걱정이 커진다.
물류 차질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조기 해소될 기미를 찾기 어려워 더욱 우려스렵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밤 페이스북 글에서 "무책임한 운송 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해 여러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물류 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검토 방침이 나온 데 대해 "반헌법적인 업무개시명령 엄포를 중단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화물연대는 "민간에 대한 강제노동 명령은 대한민국이 민주 국가가 아님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화물연대 간 강경 대치 국면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업무개시명령은 관련법 규정에 근거한 것인데, 운송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에 큰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이를 거부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운송과 관련한 업무개시명령은 발동된 적은 없다.
화물연대 파업 사태를 풀기 위한 협의의 단초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정부와 화물연대 간에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품목 확대 여부 등 쟁점을 둘러싸고 극명한 시각차가 여전한 상태다. 정부는 이르면 내주 초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이 정부 입장에서 불가피할 수 있겠다. 그러나 파업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 비책이 될 수 있을지 단언하기 쉽지 않다. 화물연대 파업은 익히 예상돼 온 측면이 없지 않다. 쟁점은 안전운임제 일몰제와 적용 품목 확대 등으로 지난 6월 당시와 유사해 보인다. 지금이라도 타협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양측 모두 전향적인 접근과 노력을 펼쳐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인데, 물류 마비가 장기화되어서는 안 된다. 파국에 이르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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