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없을 바엔 죽음을"…중국 남성, 길거리서 방역정책 비판

입력 2022-11-25 17:03  

"자유가 없을 바엔 죽음을"…중국 남성, 길거리서 방역정책 비판
"남들 입에 오르내릴까 겁나" 코로나19 감염 30대 극단선택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방역이 강화되는 중국에서 한 남성이 방역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25일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에는 충칭의 유전자증폭(PCR) 검사소 앞에서 한 남성이 주민과 방역요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국의 방역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남성은 얼굴도 가리지 않은 채 봉쇄 지역 주민에게 공급하는 채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지적한 뒤 방역요원들을 향해 "앞잡이들(走狗)"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세계에는 오직 한 가지 병(病)만 있다. 바로 자유가 없는 것과 가난"이라며 "우리(중국인)는 지금 이걸 다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아직도 사소한 감기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며 "자유가 없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市) 정부는 잘못을 저질렀으며 과오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며 "반드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에 환호하며 호응하던 주민들은 경찰과 방역요원들이 이 남성을 체포하려 하자 힘을 합쳐 제지했다.
동영상 게시자는 "그를 구출한 일부 주민이 '군중의 승리'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광둥성 광저우에서는 지난 18일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병원에 수용됐던 30대 여성이 나흘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이 여성은 전날 남편마저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실의에 빠져 처지를 비관했다"고 보도했다.
이 여성은 숨지기 전 사촌 언니에게 ''감염 사실이 남들 입에 오르내리고, 무시할 것이 걱정돼 내년 설에 고향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으며 자신의 계좌에 있던 돈을 남편 계좌에 이체했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지난 23일 밤에는 광저우 하이주구에서 오랜 봉쇄에 지친 주민들이 방역 검문소를 뚫고 탈출하는 일도 벌어졌다.
섬유 공장과 상가가 밀집한 하이주구에는 외지 농민공 수십만 명 살고 있으며 지난 14일 이들 중 수백 명이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경찰과 충돌하며 시위를 벌였다.
하이주구는 지난 5일 봉쇄령이 내려져 주민 외출이 전면 금지됐으며 광저우시는 지난 24일 봉쇄를 오는 27일까지 연장했다.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는 중국에서 당국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집단적인 규정 위반 행위는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3년째 이어진 코로나19 확산과 고강도 방역에 중국인들의 인내심이 바닥났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날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3만 명을 넘어서며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베이징을 비롯한 여러 도시가 방역 수위를 높이고 있다.

p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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